《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택 시장에 매물이 크게 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일반 중개업소에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빚 때문에 경매로 넘어가는 아파트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분양, 급매, 경매에 관계없이 공급량이 늘면 내 집 마련 수요자에게는 유리하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집을 싸게 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격 깎아 주는 미분양 아파트=월드건설은 8월 말 경기 광명시에서 310가구를 분양했으나 20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회사는 단기적으로 회사의 부담이 늘더라도 빨리 미분양을 해소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미분양이 발생하면 업체들은 중도금 무이자 융자, 계약금 할인 등 사실상 가격을 깎아 주는 정책을 쓴다.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으면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바뀐 분양 조건이 있는지 점검해 볼 만하다.
동, 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분양 물량 중에서 원하는 층수나 향을 선택할 수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으므로 내년에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에도 청약할 수 있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으려면 분양 때 3순위로 청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강현구 닥터아파트 정보분석실장은 “입지 여건은 괜찮으면서도 주변 지역의 공급물량 증가 탓에 일시적으로 미분양된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매물건 급증=경기 침체로 경매 건수가 늘고 있다. 8월 전국 경매 건수는 200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과 입찰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경매 매물이 늘 때는 임대차, 근저당 등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은 외면을 당한다.
우량 물건이 많기 때문에 ‘복잡한 물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셈이다. 철저히 현장 조사를 하고 권리관계를 분석한다면 경쟁자 없이 아주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침체기 경매 때 조심할 것은 감정가에 대한 평가다. 감정가는 통상 경매 개시 3∼6개월 전에 결정되므로 그 새 시세가 떨어졌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찰 직전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디지털태인의 이영진 기획팀장은 “낙찰가의 7.8% 선인 경매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시세의 80% 이하로 낙찰 받아야 싸게 구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전국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78% 선으로 두 번 유찰된 뒤 세 번째 경매에서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
▽일반 중개업소에서 급매물 찾기=요즘 중개업소에는 ‘급매물’이란 딱지가 붙은 매물이 많다. 그러나 급매물이란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매물이 급매물이라면 사실상 급매물이 아닌 셈이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우선 시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최근 거래가 사실상 끊어져 시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중개업소와 인터넷 사이트 등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개업소가 제시한 가격 외에 실제 거래된 사례를 알아봐야 한다.
부동산114 김혜현 차장은 “집을 살 의사가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희망가격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매물들을 찾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층과 향에 따라 시세 차이가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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