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와 회계법인 동반 중징계=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하이닉스는 고의적으로 분식을 했고 삼일회계법인은 이를 찾아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박종섭 전 사장과 임정호 전 상무가 검찰에 고발됐다. 회사는 과징금을 내고 현 경영진은 다시는 회계부정을 안 하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
삼일회계법인에는 과징금과 함께 벌점 200점 등의 중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책임이 큰 공인회계사 2명은 2년 동안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다른 회계사 2명은 경고, 3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황인태(黃仁泰) 전문위원은 “기업의 분식회계 관행과 회계감사 시장의 규율을 확립하기 위해 법이 정한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이날 분식회계 등이 확인된 다른 6개사와 회계법인 3곳, 공인회계사 8명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과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내렸다.
▽회계법인의 신뢰 위기=중견 회계사 A씨는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발(發) 신뢰의 위기’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국민은행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고 코오롱캐피탈의 470억원 횡령 사실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8년 동안 대규모 분식회계를 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을 전혀 몰랐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헌재(李憲宰) 부총리와 윤증현(尹增鉉) 금감위원장 등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기업 회계 투명성과 회계법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기업 회계 부정 건수와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 건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회계감사 비용 현실화 움직임도=삼일회계법인은 이날 “회사가 회계 부정을 조직적으로 숨기면 사실상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이 경쟁 때문에 저가(低價)에 맡은 뒤 졸속 회계감사를 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회계 부정을 없앨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제값을 주고 제대로 회계감사를 받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현재 연 1억원인 회계감사 비용을 해마다 전년의 2배로 인상하기로 회계법인과 계약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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