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T ‘뱅크온’ 날개 달고 재도약… 시장점유 18%육박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24분


이동통신업계의 ‘만년 3위’인 LG텔레콤이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뱅크온(BankOn)’으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9월 뱅크온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110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확보했다. 이 회사가 1997년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7년 동안 483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LG텔레콤은 통화요금 할인과 모바일뱅킹 서비스로 가입자를 8월 말 574만명에서 12월 말 62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미국 컨설팅사인 AT커니에 따르면 이동통신회사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인 시장점유율 18%를 넘어선다.

▽회심의 한방을 노렸다=2002년에 LG텔레콤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후발주자로서 SK텔레콤과 KTF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카드가 필요했다.

당시 업계의 커다란 흐름은 소비자들의 이동통신사 선택기준이 통화품질에서 부가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 LG텔레콤은 서비스 대상을 게임 영화 음악 등 취미생활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서비스로 잡았다.

소매금융 1위인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은 당시 이동통신과 금융서비스의 필연적 결합을 예상하고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과의 제휴를 구상했다.

그러나 금융업 진출을 노리던 SK그룹은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관련된 금융거래정보의 소유권을 요구해 난항을 겪었다. 김 행장은 “이동통신회사가 금융업에 진출하면 은행은 다 망한다”며 금융정보를 포기한 LG텔레콤을 선택했다.

▽기대 이상의 효과=LG텔레콤은 직영 대리점이 220개로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뱅킹으로 국민은행을 비롯해 13개 은행의 2300개 지점을 가상대리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다른 장점은 모바일뱅킹 가입자가 소득수준이 높은 우량고객이라는 점. 월 사용금액 1만원 이하인 불량고객이 줄고 3만원 이상의 우량고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효과를 본 것.

올해 상반기(1∼6월) LG텔레콤의 가입자 1인당 매출액은 20만2000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15%나 늘었다. KTF는 19만8000원으로 5% 늘었고 SK텔레콤은 25만9000원으로 오히려 2% 줄었다.

LG텔레콤의 선전(善戰)으로 SK텔레콤과 KTF도 올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해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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