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유행했던 저렴한 빵들이 추억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갓 구워낸 맛'을 무기로 90년대 들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던 베이커리 빵의 인기가 경기불황으로 주춤하고 500원 미만의 양산빵들이 요즘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
삼립 샤니 기린 등 국내 3대 양산빵 업체는 최근 주문량이 부쩍 늘어나면서 공장 라인을 풀가동하고 젊은 소비자층의 입맛에 맞춘 신세품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삼립식품은 대표적 제품인 '삼립 크림빵'의 8월말 현재 판매량이 1500만개라고 16일 밝혔다. 이는 올 들어 하루 평균 8만개가 팔렸다는 뜻. 매출액으로 따지면 약 7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미감 식빵'도 하루 3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 지난해 하루 판매량보다 30%가량 늘어난 것.
삼립은 최근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 팔도 특산물을 주 원료로 한 '삼립 팔도빵'을 새로 내놓았다. 보성 제주 경북 등 팔도의 특산물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샤니는 올 상반기 매출이 10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났다. 단팥빵, 보름빵, 옥수수빵 등 대표적 제품들이 매달 5억원 이상 팔린 결과다.
샤니는 '추억의 빵'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70~80년대에 방영했던 TV 광고를 매장에서 틀고 있다. 또 올 상반기에는 호밀식빵 검은콩 페스트리, 호두 단팥빵, 호밀 단팥빵 등 '웰빙 빵'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들 빵은 두 달만에 8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인기.
기린은 지난해 10월 화의를 졸업한 뒤 올 1분기에는 7년만에 흑자를 달성했고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대비 매출이 7% 늘었다. 양산빵 부문은 특히 17%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립식품 김승호 상무는 "불황으로 빵과 우유로 밥 한 끼를 때우거나 간식으로 베이커리 대신 양산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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