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대목요? 어휴∼”… 재래시장 ‘한가위 한파’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19분


《추석을 닷새 앞둔 23일 경기 성남시의 성호시장. 예년 같으면 추석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때지만 올해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옷가게를 하는 김학임씨(50)는 “예전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서울 남대문시장 등에 물건을 떼러 갔는데 요즘은 손님이 없어 한 달에 두 번 정도 간다”고 말했다.》

성호시장 상인연합회 장중섭 회장(57)은 “1200여개 점포 가운데 70여곳이 문을 닫았거나 폐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추석 대목이면 으레 사람들로 넘쳐나던 재래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주변에 대형할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찾는 손님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추석 대목=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속옷과 양말을 파는 오모씨(49·여)는 “그래도 추석 대목을 기대하고 내복과 양말을 들였는데 매출이 작년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상인을 상대로 커피를 파는 정은숙씨(26·여)는 “요즘에는 1잔을 주문해 둘이서 나눠 마시기도 한다”며 “다들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여년간 생선을 팔아온 김경숙씨(51·여)는 “예년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며 “서너 마리씩 사가던 제수용 생선을 요즘엔 한두 마리만 사간다”고 말했다.

광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구 양동시장에서 20년 넘게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7·여)는 “손님을 대형할인점에 빼앗긴 탓도 있지만 경기가 워낙 나쁘다 보니 소비자들이 웬만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매출=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2000여개 재래시장의 점포 19만4000여개 중 3만5000여개(18%)가 비어있다.

광역자치단체별 빈 점포는 울산이 52%로 가장 많았고 경기 27.5%, 부산 24.6%, 광주 23.5%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재래시장의 매출액도 연평균 8%씩 줄었다. 1998년 20조6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는 13조5000억원으로 34.5%나 감소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총 매출액은 99년 20조8000억원에서 지난해는 36조8000억원으로 77%가량 증가했다.

▽경쟁력 키우기 몸부림=재래시장들은 최근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거나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북 포항시의 죽도시장과 충북 청주시의 육거리시장은 이번 추석에 그나마 상품권으로 약간의 재미를 보고 있다. 육거리시장은 상품권을 3억원어치 발행했으나 부족해 최근 5억원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백남도 회장(50)은 “재래시장이 대형할인점 등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 상품권을 발행하거나 마케팅 전문가를 모셔와 강의를 듣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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