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正委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24분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권 불안, 시장의 효율성과 생산성 저하를 부채질한다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까, 경제 죽이기에 가까울까.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합병하려 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을 걸어 못하게 했다. 그로부터 12일 뒤인 21일 영창악기는 최종 부도를 냈다. 공정위는 영창악기의 부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국내 피아노산업은 독과점 잣대 하나로 구조조정을 미룰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국내 업계는 공멸(共滅)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편협하고 경직적으로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니 경제 운영의 한 축을 맡겨도 좋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우리의 산업주권(主權)까지 흔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삼성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외국인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해도 속수무책이라는 내부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한도가 줄어들면 이건희 회장 일가와 그룹 계열사들의 의결권이 외국인 10대 주주보다 7%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을 견인하는 대표기업조차 외국인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는데도 ‘의결권 칼질’을 강행하려 한다면 “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기업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2001년 이후에만도 195건에 이르고, 고등법원 판결이 난 73건에 있어서는 공정위 승소 건수가 28건에 불과하다. 공정위의 법 적용에 상당한 무리가 있었음을 말해 준다.

아시아개발은행은 “한국의 개혁정책 초점이 재벌 투명성 제고나 분배 개선 등에 잘못 맞춰지고 있다”며 “정책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와 여당이 이 같은 충고를 계속 외면한다면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정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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