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버는 것은 줄어드는데 세금은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5%로 잡고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해 세금을 올해보다 7% 늘려 걷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잇달아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4%대로 낮추고 있어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액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6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세금부담 크게 증가=재경부는 내년에 소득세 세입이 올해 예산안보다 무려 15.8%(3조4752억원) 늘어난 25조48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재경부는 양도세와 종합소득세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근로소득세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는 올해보다 11.6% 늘어난 26조3364억원, 부가세도 5.0% 늘어난 39조381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상속증여세는 1조9971억원으로 올해 예산안에 비해 67.1%(8017억원)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기전망=내년 세입예산 전망은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5%,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2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왔다.
그러나 민간 경제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내년 성장률이 3∼4%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고 수출증가율도 점점 둔화되고 있어 정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정부의 세금 수입은 그만큼 줄어든다. 낙관적인 전망으로 예산을 만들면 세수 부족에 따라 짜임새 있는 나라살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성린(羅城麟) 한양대 교수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대외변수로 인해 수출증가세도 둔화될 전망이어서 세수부족이 예상된다”며 “5% 성장률을 토대로 한 정부의 세입예산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부가가치세 2조원 덜 걷히고, 양도소득세 1조5000억원 더 걷혀=올해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에 가장 민감한 부가세 세수(稅收)가 정부 예상보다 2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부동산 과세 강화와 기업실적 호조세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는 올해 전망치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인세는 정부 예상보다 1조원 가까이, 소득세는 2조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용석(許龍錫)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은 “부가세 세수가 2조원 가까이 줄어들겠지만 소득세와 법인세 등이 늘어 전체적으로는 올해 예산에 비해 세입이 7000억원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예비비와 경상비 절감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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