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의 종류가 300여가지나 되고 기업이 발행하는 상품권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서면서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상품권 유통시장이 점차 양성화되고 있는 것.
세무서에 ‘상품권 도소매 유통업’으로 신고하고 온·오프라인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곳도 100여개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28개나 거느린 기업형 상품권거래업체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시로 상품권 유통 가격이 변하고 거래가 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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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각종 상품권은 물론 운동경기 티켓까지 전문적으로 사고 파는 ‘금권(金券)숍’이 생겨났고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회사도 있을 정도로 상품권 거래 전문점이 활성화돼 있다.
▽상품권 수요 및 공급의 변화=상품권 거래업체인 티켓나라 배필효 이사(35)는 “길거리 노점상과 카드깡 업자들이나 취급하던 상품권이 양성화되고 있는 것은 2002년부터 상품권 발행이 자유화되면서 상품권 수요시장과 공급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정유업체, 제화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문화상품권, 관광상품권, 각종 음식체인점까지 300여가지의 상품권이 연간 1조원 이상 발행되고 유통되는 물량은 수조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선물 받은 상품권을 현금이나 다른 상품권으로 바꾸려는 사람과 보다 싼 가격에 상품권을 사려는 알뜰 쇼핑족이 늘면서 상품권 거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의 한 상품권 거래점에서 만난 이모씨(33)는 “선물로 구두상품권을 2장 받았는데 시골 부모님 선물용으로 돈을 보태 백화점 상품권 3장으로 바꿨다”며 “상품권 거래소 덕분에 자신의 필요와 맞지 않는 상품권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상품권으로 쉽게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 및 공급의 변화에 맞추어 작년부터 합법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상품권만을 전문적으로 사고파는 업체들이 생겨났다. 티켓나라(www.ticketnara.net), 티켓코리아(www.ticketkorea.co.kr), 가지가지(www.gajigaji.com)처럼 프랜차이즈 형태의 기업형 거래업체도 등장했다. 기업형 업체의 경우 연간 상품권 거래규모가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른다.
▽상품권 가격 메커니즘=상품권의 가격은 불황이나 명절을 앞두고 오른다. 불황 때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상품권 유통시장에서 상품권을 사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명절 때는 선물용 수요가 몰리기 때문.
유명 백화점의 10만원권 상품권은 두세 달 전에는 9만5000원에 살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9만6000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추석이 지나면 상품권 가격은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 때 선물 받은 상품권을 현금화하려는 사람은 늘지만 상품권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품권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출렁일 때도 있다. 상품권 발행기업이나 이 회사로부터 제품값으로 현금 대신 상품권을 받은 하청업체가 상품권을 대량으로 유통 전문업체에 넘기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넘쳐나면서 특정 회사의 상품권 가격이 떨어진다. 주로 구두나 음식업체의 상품권이 이런 경우가 많다.
배 이사는 “상품권의 수요 및 공급이 확대되면서 유통시장에서 상품권의 가격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수시로 변동하고 있다”며 “상품권 유통시장이 양성화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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