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고(高)유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생산비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체 비용 가운데 유류비 비중이 가장 큰 항공업계 등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비상 경영’에 들어갔고 이런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유가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30달러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짰다. 하지만 유가 폭등으로 이 같은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2500만달러, 아시아나항공은 13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올해 10% 이상의 연료 절감을 목표로 ‘유가 위기관리 대응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유가 급등에 따른 경영 악화가 가시화될 조짐이다. 연간 260만t의 연료를 사용하는 한진해운은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300만달러의 추가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업계는 원료 가격 추가 인상에 따른 생산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화섬업계는 올해 들어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제품 가격을 20%가량 올렸지만 30∼40%나 치솟은 원료 가격이 추가 상승하면 공장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부 화섬업체들은 가동률을 70∼80% 선까지 낮추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전기·전자업계는 운송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비행기로 수출하고 있어 항공 운임 상승이 원가 상승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배럴당 35달러에서 45달러로 오르면 가전제품 부문의 재료 구매비가 2%, 55달러면 4%, 65달러면 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업계는 유가 상승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휘발유 값이 10% 오르면 차량 유지비 상승으로 승용차 수요가 8.3% 줄어든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도 전사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나 비용 절감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5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토요일 특근을 특정 토요일로 집중해 실시하고 있다.
또 포스코는 조강(粗鋼) 생산량 t당 에너지 사용량을 현재의 520만Cal에서 2006년까지 400만Cal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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