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건설교통부가 ‘리모델링으로 평수 늘리기’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과 시행령 등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거환경개선’과 ‘집값 올리기’가 주객전도된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일부 단지는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원점에서 리모델링 사업의 재검토나 재건축으로의 방향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건설회사들은 ‘평형 끼워 맞추기’에 집착하다 보면 설계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리모델링 개편안의 핵심=내년 3월부터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해 늘릴 수 있는 면적은 전용면적의 20% 이내, 최대 7.6평으로 제한된다. 전용면적이 아닌 ‘서비스면적’으로 분류되는 발코니는 건축법상 허용 범위(폭 1.5m, 화단설치시 2m)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수요자로서는 추가로 조금 더 평수 확장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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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건립된 발코니 폭 1.2m가량의 아파트들은 2.42평까지 늘릴 수 있는 셈. 이를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전용면적 25.7평은 33.26평, 전용면적 37.75평은 47.74평까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이론’에 불과하다고 건설업계측은 주장한다. 1.2m짜리 구형 발코니를 갖춘 단지도 적은 데다 최대치까지 증평하기에는 어려움이 더욱 많다는 것.
쌍용건설 리모델링팀 양영규 과장은 “각 단지의 평면 특성에 맞춰 평수 늘리기를 해야 하는데 평수에 맞춰 평면 설계를 하다 보면 예를 들어 욕실은 아주 작고 거실은 크거나, 가로는 길고 세로는 좁은 기형적 도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또 이를 피하다 보면 20평형대의 경우 실제로 3∼4평도 늘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사업추진 무엇이 달라지나=대부분의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도 수익이 나는 ‘손익분기점’을 대략 전용면적 8평 이상으로 보고 있어, 건축심의 단계 이전의 단지들은 사업을 보류하거나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 정용기 리모델링조합장은 30일 “일단 건교부 입법예고안이 부당하게 사유재산과 거주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질의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 보겠지만 진전이 없을 경우 미련 없이 재건축으로 돌아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신아파트는 당초 가구당 8∼15평의 전용면적 확장을 계획했다. 재건축 조합 설립인가까지 받았었지만 최근 규제 때문에 리모델링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재건축을 모색하게 됐다.
‘전용면적 8평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이유는 비싼 공사비 때문. 평당 300만원 안팎의 공사비를 감당하려면 30평형대의 경우 1억원 정도의 추가부담금이 생긴다. 추가부담금을 상쇄하고 완공 시점까지의 ‘기회비용’을 모두 따질 경우, 4∼5평 늘려서 생길 집값 상승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5차는 24.9평(35평형)에서 37.81평(약 48평형)으로 50% 이상 늘릴 계획이었고 일원동 개포한신,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등은 전용면적 15평 이상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강보합 시세 지속될까=그동안 리모델링 단지들은 재건축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와 증평에 따른 기대심리 등이 반영되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해 왔다. 워커힐은 평형에 따라 2억∼3억원이 올랐고 강동구 둔촌동 현대1차 32평형도 3000만∼4000만원 상승해 3억원대를 넘어섰다.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58평형은 지난해 말만 해도 11억원대에서 움직였지만 올해 초 80평형으로 바뀐다는 소문에 14억원까지 올랐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증축이 제한되면 중장기적으로 중대형 평형 공급이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소형 평형은 약세, 중대형 평형은 강세를 보여 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림산업 리모델링팀 양재길 부장은 “특히 20평형대는 30평형대로 바뀌면서 욕실과 방 1개씩을 더 갖춰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그러나 건교부의 규제안으로는 이 같은 설계가 곤란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돼도 장점이 많이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 발표 직후 추석연휴가 이어져 아직까지 뚜렷한 시세 변화는 없다. 압구정동 미성공인 양완준 사장은 “미성아파트 34평형은 매물이 조금 있어도 50평형 이상은 몇 개월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며 “정부 발표 이후에도 별 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는 단지는 있다. 도곡동 금성부동산 김재영 대표는 “동신아파트 29평형이 5억1000만원까지 했으나 추석 이후 4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서울의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 |||||
지역 | 아파트 | 평형 | 가구수 | 시공사 | 비고 |
강남구 도곡동 | 동신 | 18∼54 | 474 | 쌍용건설 | 주민동의 완료, 당초 계획(8∼15평) 대로 증평은 힘들 듯 |
강남구 압구정동 | 구현대5차(71, 72동) | 35 | 224 | 삼성건설 | 주민동의 중 |
미성1차 | 34∼58 | 322 | LG건설 | 우선협상시공사, 당초 계획(13∼15평) 대로 증평은 힘들 듯 | |
강남구 일원동 | 개포한신 | 27, 34 | 364 | 포스코건설 | 우선협상시공사 |
강남구 신사동 | 삼지 | 23 | 60 | 삼성건설 | 시공사 선정 |
광진구 광장동 | 워커힐 | 56∼77 | 576 | ― | 시공사 선정 중, 당초 계획(15평이상) 대로 증평은 힘들 듯 |
서초구 방배동 | 궁전 | 27∼46 | 216 | 쌍용건설 | 건축심의 통과, 당초 계획(8∼10평) 대로 증평 가능 |
삼익 | 29, 50 | 408 | 대림산업 | 우선협상시공사 | |
신동아 | 33∼69 | 493 | ― | 주민 추진위 결성 | |
삼호(14동) | 53 | 312 | 삼성건설 | 공사 진행 중, 영향 없음 | |
영등포구 당산동 | 평화 | 17∼34 | 284 | 쌍용건설 | 시공사 선정 |
용산구 이촌동 | 로얄 | 47, 57 | 80 | 대림산업 | 공사 진행 중, 영향 없음 |
현대 | 32∼57 | 653 | 현대건설 | 시공사 선정 | |
점보 | 60∼73 | 144 | 대림산업 | 시공사 선정 | |
용산구 서빙고동 | 신동아 | 31∼69 | 1326 | ― | 주민 발전위 구성, 사업 늦어질 듯 |
강동구 둔촌동 | 현대1차 | 32 | 490 | 현대산업개발 | 시공사 선정, 당초 계획(10∼15평) 대로 증평은 힘들 듯 |
자료:각 업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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