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늙어버린 한국… 경제 주름살도 깊어져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30분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04년 고령자 통계’는 한국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조로(早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고령화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구 고령화는 출생률 감소와 맞물려 앞으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초고속 고령화사회=한국은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9년 고령사회(14.4%), 2026년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 한국은 고령화사회→고령사회, 고령사회→초고령사회로 이동하는 데 각각 19년,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 걸렸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도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2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단연 두드러진다.

▽젊은 세대의 부담 가중=노령인구가 늘어날수록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부담은 늘어난다. 올해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8.2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4.7명당 1명, 2030년에는 2.8명당 1명꼴로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도 2002년 4.5%에서 2010년 13.3%, 2030년 41.9%로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자립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8.7%로 전년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의 56.6%는 농림어업, 20.6%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름살지는 한국경제=급속한 노령화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OECD는 고령화가 향후 수십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간 0.25∼0.75%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도 2000∼205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이 2.9%에 머무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다는 것.

저(低)출산과 고령화는 △노동공급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저축률 하락 △소비와 투자 위축 △재정수지 악화 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20, 30대 인구 비중은 2000년 36%에서 고령사회 초입인 2020년 26%,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2030년에는 23.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 인구가 줄면 조세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연금수급자 증가, 의료 및 복지비용 등 재정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노인복지 관련 예산은 5005억원으로 10년 전인 1994년의 462억원에 비해 11배로 불어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각종 고령화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뒤늦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안에 ‘고령자 고용촉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며 기획예산처도 최근 고령사회에 대응한 재정운영 대책 수립에 나섰다.

▽한국 노인들의 성향=고령자일수록 투표율이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올해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71.5%로 50대(74.8%)보다는 낮았으나 전체 투표율(61.1%)보다 높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에도 60대 이상은 78.7%가 투표에 참여해 전체 투표율(70.8%)을 앞질렀다.

가족 구성을 보면 200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남자 7명 가운데 1명이 사별(死別)했으나 여자는 10명 중 7명이 사별했다.

정보화 수준도 향상돼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7.6%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이 밖에 65세 이상 노인에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일은 ‘목욕하기’로 조사됐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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