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프린스호텔, 퍼시픽호텔, 앰배서더호텔, 63빌딩의 식당을 총괄하는 대생기업(63시티) 주방장 등을 거쳐 2000년 12월 프레지던트호텔로 옮겼다. 올 8월에는 노동부가 선정하는 ‘요리 명장’에도 뽑혔고 지난달에 이사로 승진했다.
정 이사가 호텔 식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고교를 졸업한 해인 1969년 4월 대전의 한 호텔에 우연히 접시닦이로 들어가면서부터. 경북 포항이 고향인 그가 무작정 집을 나와 발길이 닿은 곳이 지금은 없어진 대전 유성의 M호텔. 그는 주방에서 선배들이 남긴 밥을 먹고 식당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면서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웠다.
그는 “식당에 들어간 후 간단한 요리라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년 이상 설거지만을 한 후였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좋은 학교와 학원에서 요리를 배워 호텔 주방에서 일을 하지요. 저처럼 무작정 호텔 주방에 들어가 바닥부터 배우는 사람은 앞으로는 없겠죠.”
그는 일본의 유명 호텔에서 2∼3개월씩 수차례 연수하고 미국 유럽 등 유명 호텔을 두루 견학하며 요리 분야를 넓혔다. 전문 요리 분야는 프랑스 요리.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
총주방장으로 60여명의 호텔 주방 식구들을 거느리게 된 정 이사는 오전 6시면 호텔로 출근해 누구보다 먼저 호텔의 하루 요리를 구상하며 솔선수범한다. 그는 ‘특급 호텔의 얼굴 중 하나는 고급 요리’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총주방장이 호텔의 임원으로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총주방장 출신으로 호텔의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은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박효남, 서울프라자호텔의 정태송, 서울 신라호텔의 후덕죽 상무, 웨스틴조선의 이민 조리팀장 등이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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