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을 흑자로 이끈 신동아화재 진영욱사장

  • 입력 2004년 10월 3일 17시 46분


진영욱 신동아화재 사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는 기업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기업을 경영하니 다르다”며 공무원이 기업체에서 파견근무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원건기자
진영욱 신동아화재 사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는 기업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기업을 경영하니 다르다”며 공무원이 기업체에서 파견근무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원건기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4일 오후. 진영욱(陳永郁·53)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사장은 집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인도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지은 ‘자유로서의 발전(Devel-opment as Freedom)’.

“시장원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실패’까지 눈감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는 점에서 중도적 견해의 책이죠.”

진 사장은 “시장경제를 발달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민주주의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며 “경쟁의 논리는 존중돼야 하지만 경쟁의 패자(敗者)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도 돈 받고 상품 파는 ‘기업’이지만, 보험은 사회안전망의 하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가 맡고 있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신동아화재는 2002년까지만 해도 ‘앞가림이 급급한’ 상태였다. 2002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 실적은 701억원 적자. 그러나 2003회계연도에 당기순이익 65억원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진 사장은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형사와 시장점유율 싸움을 할 수는 없지만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이익을 내 고객과 직원에게 혜택이 가게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진 사장 취임 이후 상품개발팀이 강화됐다. 경력 3년 정도의 직원 3명이던 데서 20년 경력의 팀장 등 8명의 베테랑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카네이션 자동차 보험 특약’도 이 팀의 작품. 사고 낸 사람만 보험금을 타는 게 아니라 무사고 운전자에게도 상을 주자고 생각한 것. 특약 가입자가 1년 동안 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의 10%를 돌려준다.

진 사장은 향후 장기보험에 주력할 계획. 상품이 복잡해 설계하기에 따라 시장 개척 여지가 많다. 전문적 설계사의 상담이 필요하므로 방카쉬랑스 확대에도 대비할 수 있다.

신동아화재는 이를 위해 고능률 전문설계사(SRC)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을 이수한 SRC는 약 300명.

진 사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16회에 합격해 25년간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에서 일했다. 198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는데 이때 상관이던 휴버트 나이스와는 외환위기 당시 각각 한국과 IMF측 협상단으로 다시 만나기도 했다.

“정부에서 일할 때는 내가 기업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기업 경영을 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더군요.” 진 사장은 “경영자는 개별 기업의 이익을, 공무원은 국가경제 전체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꼭 같을 수는 없겠지만 공무원들이 기업에서 일정 기간 파견 근무하는 방안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 사장은 1999년 5월 한화증권 사장으로 옮겼으며 2002년 12월 신동아화재가 한화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신동아화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영화 정보를 기록한 파일 300여개를 직접 만들어 갖고 있을 정도로 영화광.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어 퓨 굿맨’을 꼽았다.

“관타나모 수용소 인권유린과 관련된 사람이 절규하는 장면이 있죠. 국가 안보라는 대의(大義)를 위한 일인데 누가 나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느냐고요.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원칙’을 깨뜨리고 싶게끔 하는 유혹이 많죠. 이익, 경제 활성화, 관행 등으로 정당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균형 잡힌 ‘원칙’을 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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