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선 기밀사항인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정부의 비상계획’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놓고 여야 의원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국방위에서도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이 전날(4일) 공개한 국방연구원 보고서의 기밀 문제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펼쳤다.
국회의원은 어느 정도의 기밀을 접할 수 있으며 이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 것일까.
▽“기밀누설은 있을 수 없다”=국가기밀은 문서의 중요도에 따라 1, 2, 3급과 대외비로 분류된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세부 기준이 명시돼 있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과 극소수 인사에 한정되는 이른바 ‘특(特)’기밀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외교부의 경우 1, 2급 비밀 문서는 별도로 보관하지만 3급 비밀 문서는 대외비, 일반 문서와 같은 파일 안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외통위에서 문제가 된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충무 3300, 9000)은 2급 기밀이라는 게 통일부측 설명. 박 의원이 인용한 국방연구원의 보고서도 2급 기밀사항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 4일 국방위에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배포한 남북한 전력(戰力)비교표에 적시된 구체적인 수치도 기밀사항이다.
외교안보 분야를 맡는 의원들과 보좌진은 2급 비밀 인가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겐 2급 이하 기밀문서 열람이 허용되지만 해당 부처는 사안의 성격을 고려해 사안별로 열람을 제한하기도 한다.
특히 국가정보원을 관장하는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과 보좌진은 직무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 의원들이 이 같은 기밀문서를 언론에 유출하고 있다고 지목한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국가 기밀 사항을 책임감 있게 다뤄줘야 정부도 다른 기밀에 대한 접근이나 열람을 안심하고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기밀 분류가 자의적이다”=의원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정부측이 기밀 사항임을 내세워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여당 의원들에 비해 고급 정보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데 정부측이 ‘자기방어’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
통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측은 처음에 외교부로부터 탈북자 관련 자료의 열람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나중에 열람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부의 성실한 설명이나 자료 제공이 없을 경우 불필요한 추측이나 의혹만 커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국방부 등은 자체적으로 문서에 비밀 등급을 매길 수 있어 의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사 사례=그동안 여러 차례 기밀사항 유출이 있었으나 정치권 인사가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다.
2001년 6월 국군기무사는 해군 함정과 북한 상선의 제주 해협 교신내용을 일부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당시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 보좌관 오모씨를 조사했지만 기소유예로 마무리했다. 당시 문제가 된 교신내용은 3급 군사기밀이었다.
이에 오씨는 “당시 교신내용은 상용주파수를 사용한 것이어서 기밀사항으로 볼 수 없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2000년 당시 민주당 유삼남(柳三男) 의원의 보좌관도 모 신문에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 처리됐다.
보안 업무 규정 시행 규칙 | ||
1급 비밀 | 2급 비밀 | 3급 비밀 |
-국가 방위 및 외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항 -국가 또는 우방에 무력침공이나 전쟁을 유발하게 하는 사항(전쟁수행에 관한 전략 계획, 비밀 무기의 설치 및 사용 계획 등)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전시 계획 요소 등 -국가정보작전 및 특수 국내정보활동에 관한 사항 등 | -국가 방위에 중요한 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국제관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비밀활동 등) -1급 비밀에 속하지 않는 전쟁 계획 및 전략 계획 -적대행위를 하고 있는 아군의병력 구성 및 배치 상황 -장비의 성능 수량 등을 내포하는 국방상 중요한 사항 등 | -국가 외교 상황 중 공개되면 적 또는 가상적국에 유리하게악용될 우려가 있는 사항(발표되기 전의 부분적인 비밀외교 사항 등) -적에게 가치 있는 작전 및 전투 보고와 정보 보고 -가치 있는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문서 교범 및 보고를 요하는 연구 발표 계획 등 |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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