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레오폴드 메츠거 피아제 최고경영자는 5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시계 전시회인 ‘바젤 시계 박람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계는 주인의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
개성은 겉옷으로도 드러나지만 말투와 행동 양식 등 내면에서 더 강하게 드러난다. 프랑크뮐러의 시계는 외부 디자인과 내부 기계장치가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프랑크뮐러가 선보인 ‘크레이지 아워’는 숫자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이 시계에는 ‘점핑 아워’라고 불리는 기술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이 시계의 3시와 4시는 각각 일반적인 시계의 5시와 10시 위치에 있다. 이 시계의 경우 시침이 3시를 가리킨 뒤 180도 반대편에 있는 4시 방향으로 건너뛰어 이동한다.
시간을 뛰어 넘는다는 발상과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의 조화가 시계업계를 놀라게 했다.
프랑크뮐러의 시계들은 내부에 백금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는 플래티넘 로터(자동으로 태엽을 감는 장치)가 설치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밀도 높은 금속인 플래티넘이 로터의 움직임을 좋게 해 준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플래티넘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다.
반면 오메가의 시계는 화려한 겉모습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오메가는 예물시계로 가장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 중 하나다.
다이빙 선수를 위해 개발된 오메가의 ‘시마스터’는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협찬되면서 남성미의 대명사처럼 떠올랐다. 예물시계 브랜드 ‘컨스텔레이션’과 함께 오메가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다.
롤렉스의 시계는 전통과 자부심을 표현한다. 이 회사는 손목시계 최초로 항해용 시계에 적합한 정확성을 지녔다는 평가인 ‘크로노그래프 인증’을 받았다.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 역시 이 회사의 제품이다.
로만손은 국산 브랜드로 스위스 바젤 시계박람회에 초대받아 전시되기도 했던 고급 시계다. 로만손의 특징은 ‘눈에 보이는 정확성’. 이 시계는 시계 내부의 기계장치인 무브먼트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시침이 자정을 가리키는 부분에 작은 유리창이 있어 시계 내부구조가 쉽게 확인된다.
최근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행적을 찾아내는 데 사용돼 화제가 됐던 스와치 시계는 ‘입는 시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가볍고 발랄한 디자인이 젊은이들로부터 ‘멋진 옷 같다’는 탄성을 자아낸다. 이 시계는 적어도 100여개 이상 들어가던 부품을 50개 수준으로 줄였다. 값이 내려갔고 시계도 작고 가벼워졌다. 심지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까지 내놓았다.
대신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결과는 대성공. 스와치가 값싸고 품질 좋은 일본 시계에 고전하던 스위스 시계의 명성을 회복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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