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생산 또 1.7% 감소…학원-음식점 등 전업종 ‘꽁꽁’

  • 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24분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요즘 이곳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다. 대치동에서 10년째 수학 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원장(38)은 “최근 학원생 10명 중 2, 3명을 차지하던 강북지역과 지방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학원비 연체 비율도 증가 추세”라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학원비를 깎아주는 학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80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모씨(47)는 얼마 전 매장 직원 1명을 내보냈다. 2, 3년 전에 비해 30%나 줄어든 월 매출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

정씨는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 할인판매까지 하고 있지만 손님들은 값싼 생필품만 찾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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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학원 부동산중개업소 등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이 경기 위축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비스업 경기 사상 최악=6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동월에 비해 1.7% 줄었다. 이 조사가 시작된 1999년 1월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7월에 1.4%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나타내 심각한 내수경기 침체를 반영했다.

대표적 내수업종인 소매업도 4.6% 감소하며 지난해 6월(―4.7%)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보이며 19개월째 내리막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슈퍼마켓 할인점 등과 같은 소매업은 지난해 2월부터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서비스 업종으로 확산되는 경기침체=서비스업의 위축은 거의 모든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치원과 일반 교습학원 등 교육서비스업이 9.3% 감소하며 두 달 연속 9%대 감소세를 보였다. 2000년 12.4% 등 지난해까지 매년 성장세를 이어오던 교육서비스업은 올해 들어 2월 한 달을 제외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원업은 11.5% 감소해 서민경제 위축이 사교육 열풍마저 잠재우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로 부동산 및 임대업도 9.6% 줄어들었다.

8월 휴가철 영향으로 호텔업은 18.5% 늘었지만 콘도업이 12.3%, 일반음식점업이 5.2% 줄어든 탓에 숙박 및 음식점업도 0.7% 감소했다.

▽장기화하는 민간소비 위축=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과 대응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가 작년 2·4분기(4∼6월)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최악의 상황을 보이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저하시키고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소비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저성장 체제가 고착되고 자생적 경제성장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

전경련은 최근의 민간소비 부진이 소득 감소 등 경기 순환적 요인보다는 위험수위에 진입한 가계 부채, 고용불안 등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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