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04전국광고주대회’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복잡함을 한 번 쯤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박효종 교수(정치학)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부 시민단체의 이른바 ‘기업개혁’ 요구가 적정 수준을 넘어 반(反)시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시민단체가 기업경영의 민주적 절차만을 중시한 나머지 직관, 경험, 위험 감수 등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가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가정신이 팔딱거리도록 돕기보다는 천민주의적 부자의식으로 낙인찍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조선(造船) 능력을 반신반의하는 중동국가의 수출 상대방에게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그려진 만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설득한 것이 한국의 기업가정신”이라며 “시민단체들은 이런 경험을 해보고 기업을 비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날 50분간의 강연 도중 ‘야누스적 개혁주의’ ‘규제 만능주의’ ‘시민단체의 치명적 자만’ ‘전략적 시장주의자’ 등의 거친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시민단체를 향해 “선의의 충고자라기보다는 재벌총수 공격에 치우친 원한 깊은 적대자의 모습이 느껴진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경제부에 오기 전 사회부 법조팀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기업이 정치권과 손잡고 저지른 각종 ‘게이트’ 사건, 분식회계, 사기, 횡령 등 큰 사건도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이에 맞선 시민단체는 ‘골리앗’ 기업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 ‘다윗’으로 평가돼 여론의 지지와 격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기자로 일하면서 기업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니 기업의 주장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처럼 경제가 갈수록 어렵고 기업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겠지요. 누구 말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휘청거리는 한국경제의 회생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은 경제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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