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중심의 ‘클린뱅크’ 주의자… 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

  • 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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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
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
‘2000년 서울은행장 취임 당시 50세로 사상 최연소 국내 시중은행장’,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세븐 투 일레븐(오전 7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 강행’, ‘은행장실을 개조해 부행장 2명과 한방 살림’.

8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결정된 강정원(姜正元·54·사진) ‘김&장’ 고문의 서울은행장 재임시(2000년 5월 24일∼2002년 11월 1일) 행적이다.

부정적인 인상을 심은 일화도 있다.

그는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행장 가운데 감사원이 경영정상화 약정(MOU) 위반으로 대주주에게 문책을 요구한 첫 사례였으며 2002년 연봉이 6억5000만원으로 공적자금 투입 은행장 가운데 가장 높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은행장 재임시 경영철학과 성과는 어땠을까.

“진공관라디오처럼 덩치만 크고 내실 없는 서울은행에 선진 은행경영 관행을 주입해 트랜지스터라디오처럼 작지만 내실 있는 은행으로 탈바꿈시킨 뒤 대주주인 정부가 밑지지 않는 가격으로 하나은행에 매각했다.”

강 후보가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제출한 보고서, ‘서울은행의 최전선에서:구조조정과 민영화’에서 내린 자평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사명감을 갖고 서울은행장을 자원했다”면서 “1976년 합병 당시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옛 서울은행과 옛 한국신탁은행 출신 직원간의 갈등과 잇따른 기업 부도로 부실해 진 서울은행을 단기간에 클린뱅크로 회생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금융 비중이 80%였던 은행을 1년10개월 만에 옛 주택은행에 버금가는 소매은행으로 탈바꿈시켜 5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외국인 행장이 정부 간섭 없이 경영한 제일은행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했다.

서울은행 매각에 대해서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하나은행에 주당 9414원에 팔려 2000년 말 주당 5000원으로 8324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경영성과는 △취임 당시 직원 4627명 중 1164명(25.2%)을 감축하고 △동아건설 하이닉스 등 거대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냉정히 거절한 데 힘입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은행장 시절 통했던 축소지향의 전략을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가 9일 새벽 자택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년 동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서울은행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세평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강 후보가 서울은행에서 외과수술을 했다면 국민은행은 정형수술이나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며 “강 후보의 내정에 반대해 공동투쟁을 공언한 국민은행 내 3개 노조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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