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현행 가맹점 수수료가 서비스 원가에 못 미친다며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할인점들은 왜 카드사의 경영부실을 가맹점에 떠넘기느냐며 반발한다.
신용카드 서비스를 옷에 비유해보자. 만일 옷가게 주인이 ‘밑지고 못 팔겠다’면 그만이다. 옷을 사려는 사람 역시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살 것이다. 서로 생각하는 가치가 비슷해야 거래가 이뤄진다.
수수료 분쟁도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 양측이 타협을 하건 거래를 끊건 정부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애꿎게 피해를 보는 소비자로서는 이번 사태의 ‘원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카드 수수료는 적은 편이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 평균은 매출의 1∼2%다. 한국은 할인점이 1.5%, 백화점은 2∼2.5%다. 게다가 최근 2%대에서 5%대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카드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고성장을 하면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그러다 2002년부터 경영실적이 급전직하하면서 작년에는 국책 은행이 민간 카드사의 부실을 떠안는 준(準)공적자금 투입 사태까지 초래했다.
소득공제 등으로 카드 사용을 부추기다가 대책 없이 규제로 돌변한 정부의 잘못도 물론 크다. 그러나 모든 위험에 대비해 스스로 책임지는 게 기업이다. 그러지 못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
미국 카드회사들이 평균 1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수백만명의 회원을 가진 국내 카드사들이 ‘원가가 높아서’라는 변명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잘나갈 때 내실을 기하지 않고 거리 회원 모집, 사은품 제공 등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해 비용을 올렸다는 얘기다.
신용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는 민간소비지출의 10∼20%에 불과한데 한국은 50%를 넘는다. 한국인이 ‘외상거래’를 많이 하는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가계수표, 직불카드 등을 사용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소비하는 것이다. 선진국 카드사들은 신용을 제대로 따져서 까다롭게 카드를 발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몇몇 할인점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대신 물건값을 깎아주고 있다. 그런데 불평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한다. 한 공청회에서는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를 활성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신용카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신용카드는 소비와 유통을 원활히 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카드업계가 체질 개선으로 거듭나 소비자와 사회의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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