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산길을 따라 5분여 정도 오르자 갑자기 나무는 사라지고 축구장 3배(1만여평)만 한 공터가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8월 중순부터 두 달여 만에 산림 3만1000m²가 파헤쳐져 1200여 그루의 나무가 잘려 나갔다. 20∼30년은 족히 돼 보이는 아름드리나무 밑동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뭇가지 뭉치가 널브러져 있었다.
다른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야산 한복판의 산림이 사라진 이곳에는 플라스틱 제조 및 인쇄공장 5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일아파트 주민 김모씨(60)는 “이 야산은 팔당상수원으로 흐르는 목현천이 바로 인근에 있는 상수원보호구역인 데다 보존임지”이라며 “이런 곳에 어떻게 공장 신축 허가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야산의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는 주변 주민들은 공장 설립 후 수질이 나빠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림을 파헤치고 공장을 짓도록 허가를 내준 데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공장 신축 허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산지관리법 상 산업 발전에 필요한 시설, 즉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산지전용허가(벌목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산지관리법은 공장의 부지면적이 7500m²를 넘으면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벌목 허용 면적은 최대 3만m²로 제한하고 있다.
목현동 야산에 신설될 공장 5곳의 부지 총 면적은 총 3만1000m²이지만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 벌목 허가도 나갔다.
이에 대해 해당 기관들은 “법의 허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곳에 들어설 5개 공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순차적으로 따로따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모두 한 곳에 들어서지만 개별 부지면적은 최대 7400m²를 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지만 담당 관청인 광주시는 이를 인정해 사전 환경성 검토를 면제해 줬다.
광주시 관계자는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장 설립 허가를 따로따로 낼 경우 개별 부지 면적만을 따져 사전환경성 검토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보존임지의 법적 취지는 ‘보존’임에도 현행법에선 개발 가능성을 너무 많이 열어 놓았다”며 “난개발될 줄 알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무턱대고 불허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