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3>기업잠재력 살펴보자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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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취업할 때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하는 대목은 ‘10년 후 이 회사가 어떻게 될까’이다.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에 취업한 경우보다 오히려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도 있다.

알짜 중소기업을 고르기 위해서는 기업의 현재가치 못지않게 미래가치를 살펴봐야 한다.

취업전문업체인 스카우트(www.scout.co.kr) 김현섭(金賢燮) 사장은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적자산과 인적자산, 인프라자산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며 “구직자들은 취업하려는 기업의 기술력과 인적자원, 자신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천기술은 경쟁력의 밑거름=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

‘알짜 중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컴퓨터 백신개발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이 신종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회사는 매출액의 20%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 스카우트

보통 파생상품이나 파생서비스의 개발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거나 경상이익의 20∼30%를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라면 우량업체로 볼 수 있다.

벤처기업 N사는 규모는 작지만 은(銀)나노 소재 대량생산 원천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를 갖고 있어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은나노는 뛰어난 항균 방취기능이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참살이(웰빙) 제품에 빠짐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은나노 소재를 개발해 가격을 기존 방식의 70% 수준으로 낮췄다. N사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인적자원관리는 기업경영의 핵심=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은 작업환경이 좋지 않고 인사나 노무 관련 전담부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중소기업의 81%는 인적자원관리 전담부서가 없다. 있다고 해도 평균인원은 2명 미만이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에는 1명의 핵심 인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린다. 그런 만큼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전문 생산업체인 D사는 자본금 25억원, 종업원 124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인적 자원을 중시하는 업무시스템을 통해 직원의 경력계발과 업무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D사는 전문성과 창조성 발전성 노력성 성실성 등을 고과평가 항목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승진과 포상, 해외연수 및 교육특전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기능교육, 사외교육, 교양교육, 경영전략교육, 직무 및 어학교육 등 직원과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기업성과를 높여 주는 업무 프로세스=좋은 기술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엮을 업무프로세스가 낙후돼 있으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활동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시스템, 시스템과 시스템이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업무프로세스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품질경쟁력으로 나타난다.

참살이 가전 전문업체인 K사는 고객만족을 위한 업무개선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다기능 요구르트, 청국장 제조기 등 발효기기.

이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에 발 빠르게 대응해 신제품을 내놓았다. 연구개발, 시장조사, 마케팅, 판매 등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시장변화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K사는 각종 기관에서 선정하는 유망 선진기술기업,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뉴밀레니엄 선도기업 등에 잇따라 뽑혔다.

▽기업철학=알짜 중소기업 판별 기준으로 경영자의 마인드, 즉 기업철학도 빼놓을 수 없다. 경영자의 철학에 맞춰 기업은 움직이고 성장 발전하기 때문이다.

기업철학은 다른 말로 윤리경영, 투명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은 기업철학이 회사 수익에 별 도움이 못된다고 생각해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철학은 직원 고객 지역사회 주주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존경과 신뢰를 얻는 지렛대가 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이동통신 중계기를 개발하는 M사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호떡을 팔더라도 동네에서 제일 맛있게 구워야 한다’는 최고경영자의 남다른 경영철학 때문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잠재력 믿고 옮긴 박원찬씨 “회사 커지면 자신도 커집니다”▼

“중소기업은 회사와 함께 커 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대기업이 남들이 갖춰 놓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라면 중소기업은 직접 밥상을 차리면서 밥을 먹는 것이라 할 수 있죠.”

휴대전화용 중계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엠티아이(대표 임기호)에서 총무 및 인사를 담당하는 박원찬(朴原贊·32·사진) 과장.

1997년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과장은 처음부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기업에서 한 분야의 일만 배우기보다는 더 넓은 회사 경영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첫 직장은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의 한 협력회사.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현대중공업의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이 회사는 안정적으로 연간 매출 50억원 정도를 올리는 작은 회사였다.

그곳에서 4년여 일하면서 총무와 인사 업무를 익힌 박씨는 2001년 경력직으로 현재의 엠티아이에 입사했다. “금속가공업체의 시장은 주춤하고 있었지만 정보기술(IT) 업종이 성장성이 많다는 판단에서 회사를 옮겼죠.”

1996년 설립된 엠티아이는 다양한 중계기 제품 개발에 몰두해 왔다. 특히 주파수변환중계기는 기지국과 중계기간의 선로비용을 절감하게 해 주는 효율적인 무선고주파(RF) 방식으로 제작되어 국내 최다 공급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어 수출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임기호 대표는 경영실적을 임직원에게 공지해 회사경영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있으며, 성과급 도입, 우리사주제 도입, 우수사원 포상제 등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엠티아이 직원들의 이직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박 과장은 “최근에는 중소기업도 해외영업이나 해외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는 곳이 많아 어학 실력이 중요하다”며 “대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요구하는 업체도 많으므로 중소기업을 지망하는 구직자도 자기계발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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