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벤처기업 사장의 추락

  • 입력 2004년 10월 15일 16시 56분


24세 때 벤처기업 1세대인 골드뱅크 부사장에 오르며 벤처업계의 기대주로 각광받던 청년사업가가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가 15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한 엔터테인먼트업체 (주)모션헤즈 전 사장 김모씨(28)가 비운의 주인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김씨는 1999년 12월 인터넷 컨설팅 업체인 ICG를 창업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 덕에 김씨는 2002년 11월 코스닥 등록 기업인 영화직물을 인수할 당시 증권회사 회장을 지낸 김모씨와 중견 건설업체 사장 최모씨, 성형외과 의사 홍모씨 등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사업자금을 어렵지 않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김씨는 영화직물을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로 업종을 바꾸면서 이름도 '모션헤즈'로 바꿨다. 김씨는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 내한 공연 계획을 발표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우고,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금융감독원이 올 초 검찰에 고발하면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김씨는 원래 거처였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 내에서 방만 수시로 옮기는 대범한 수법으로 추적을 피해오다 12일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10개 기업이 영업 실적이 전혀 없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했지만 이 회사들을 모션헤즈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10개 회사는 각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알짜기업으로 모두 흑자기업이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매우 높다"고 경제신문 등에 보도되도록 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3배 이상 띄워 40억-50억원의 평가 이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들 10개 회사의 주식을 고가에 모션헤즈가 구입하도록 해 자신은 40억-5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모션헤즈에는 같은 액수만큼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모션헤즈(현재 지니웍스)는 한 때 주가가 3만1500원까지 상승했지만 10분의 1로 액면분할된 뒤 1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매매정지 처분을 받아 퇴출 위기에 처해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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