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WEF의 한국경쟁력 순위 하향 조치는 ‘불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WEF의 평가방식을 문제 삼아 순위 하향 조정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 기업인들의 설문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WEF가 지난해 한국의 순위를 7계단이나 높인 18위로 올려 줬을 때는 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올해 11계단이나 낮추자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15일 “설문조사로 평가할 경우 낙관적인 기업인들이 많은 국가는 경쟁력이 높게 나타나고, 한국처럼 비관적인 기업인들이 많은 국가는 낮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순위라고 해서 별 의미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정부정책을 믿어 달라’며 경제심리를 강조해 왔던 정부가 이제 와서 갑자기 기업인의 심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은 결국 기업인들의 낙관적 심리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비관을 부추겨 온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 국정혼란 등은 외면한 채 비관심리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대 박찬희(朴贊熹·경영학) 교수는 “외국 기관의 발표를 전적으로 맹신할 필요도 없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전문가들의 의견을 폄훼하기보다는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도 “WEF에서 지적한 내용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사회에서 추세화된 사실”이라며 “듣기 싫은 소리라고 폄훼하기보다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발전이 있다”고 비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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