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존경하는 리더]귀뚜라미보일러 최진민명예회장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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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제조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경영자.’

귀뚜라미보일러 최진민(崔鎭玟·63·사진) 명예회장은 나에게 가장 모범적으로 경영자의 자질을 가르쳐 주고 있는 분이다. 과거에는 부친과 친분 있는 사업가 정도로만 알아오다가 직접 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그 분을 경영인으로써 다시 보게 됐다.

최 회장은 금융 및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기업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투철하다.

이 때문에 제품 개발에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 1962년 보일러 사업을 시작해 40년이 넘도록 오로지 보일러 개발에만 매달려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언젠가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을 들려주며 ‘한 우물 파기’에 매달린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 분은 20대였던 1962년에 한국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에 보일러를 공급하면서 엄청난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돈이 좀 벌리자 다른 사업에도 관심이 쏠려 친구의 주류회사에 투자를 했다가 완전히 망해 여관방에서 죽을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일을 교훈 삼아 최 회장은 보일러 제품 개발에만 주력해 오늘날의 귀뚜라미보일러를 만들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사내(社內)에 ‘소(小) 사장제’를 실시하며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최 회장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친화력은 초보 경영인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처음 보는 젊은 사람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렇게 따뜻하게 대한다. 이런 모든 것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환원된다고 믿는다.

올해 초 최 회장은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나면서 일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과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그 분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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