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현장에서/품질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

  • 입력 2004년 10월 18일 16시 18분


“주행 중에 사이드미러가 접혀지는데도 회사 측은 리콜 대상이 아니랍니다. 그런 차가 한두 대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엔진이 자주 꺼져 대리점에 따졌더니 ‘다른 회사 차량은 바퀴가 빠지기도 한다’며 도리어 화를 내더군요.”

최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자동차 관련 불만 사항이다. 소비자들의 지적은 차량의 성능에서부터 사소한 고장 발생, 애프터서비스 부실 등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불만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소비자 요구를 불성실하게 처리한 데서 비롯된 분노가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실제 차량 리콜을 추진하는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동차 회사들의 고압적인 소비자 대응 방식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사이트 운영자의 뒷조사를 한다는 글마저 오르고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간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보증 기간이 지난 차에 대해 무상 수리를 요구하거나, 개별적인 애프터서비스 대상인데도 사이버 시위를 통해 전체 리콜로 문제를 확대시키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과 소비자간 신뢰에 금이 간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수입차 시장이 개방돼 공급자 우위의 시장질서가 재편되고 있는데다 기업이 갖고 있던 각종 가격·성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A사는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의 보증기간이 달라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B사는 1년 이상 리콜을 거부하다 제조사 책임이 입증돼 망신을 당했다.

최근에는 차종별 시승차를 대부분 갖춰 놓는 수입차 업계와 신차(新車)가 아니면 시승차를 비치하지 않는 국산차 업계의 관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자동차는 괄목할만한 품질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품질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믿음과 신뢰다.

일본 기업의 발전은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생산과 품질에서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하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고객에 대한 열린 자세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이 되길 기대한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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