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다른 세계 메이저 화학업체들이 모두 중국에 뛰어들던 것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었다.최근 한국에 글로벌 생산기지나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다국적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의 불투명한 경영환경과 부족한 산업인프라가 한국에 반사이익을 안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선택=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는 지난달 경북 경주에 의료용 초음파진단기 글로벌 생산기지를 완공했다. 이어 2007년까지 경기도 판교에 '메디칼 R&D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에 4곳의 공장 및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화학기업 헨켈은 6월 요헨 크라우터 본사 부회장이 방한(訪韓)해 R&D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외국 기업의 R&D센터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텔이 3월 서울 여의도에 R&D 센터를 세운데 이어 6월 IBM, 이달 12일 HP 등이 줄줄이 한국에 연구센터를 문 열었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마찬가지. 세계 최대 업체인 델파이는 7월 2200만 달러를 투입해 경기 용인시 구성읍에 연구센터를 준공했다. 자동차 내장재 부문 세계 1위인 미국 리어사(社)도 1800만 달러를 투자해 경기 화성시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재발견되는 한국의 가치= 고홍식(高洪植) 삼성토탈 사장은 "세계 메이저 업체들이 중국 대신 한국을 선택하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며 "한국과 중국 사이 운송료는 중국 내륙안에서보다 싼 만큼 양국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관세가 없어지면 한국이 오히려 10% 정도의 원가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계로 인한 반사이익도 한국에 도움이 되고 있다. 권형준 HP 차장은 "원천기술이 미국에 있다 해도 응용 서비스 관련 분야 산업기지로서는 한국 만한 곳이 없다"며 "중국은 대량생산 혹은 성장 잠재력 외에는 크게 매력적인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죠셉 윈터 한국지멘스 사장은 "한국은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높은 수준의 부품 조달도 가능해 최첨단 산업 생산기지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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