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워크아웃 졸업은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고 회사에 헌신해 준 직원들의 공(功)”이라고 운을 뗀 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종업원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방향으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채권단과 종업원들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건설의 주요주주는 자산관리공사와 조흥 우리은행 등 9개 채권금융기관(50.07%), 우리사주조합(20.07%), 쌍용양회(6.13%) 등이다. 채권단이 보유지분을 처분할 때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26.37%를 추가로 인수하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쥐게 된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노조 관계자는 “월급과 퇴직금을 반납해가며 워크아웃을 극복했는데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노리는 외부세력에 의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회사 내부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300명의 직원을 800명까지 줄이면서 ‘감량’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형보다는 이익구조 개선에 더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매출 1조2050억원에 경상이익은 630억원대, 부채비율은 연말까지 160%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반적인 주택경기가 어렵지만 리모델링 분야를 적극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며 “비(非) 주택분야에서는 토목, 사회간접자본 공사를 더 많이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을 벗어나는 ‘전환점’이 된 프로젝트로 2001년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서 분양한 ‘경희궁의 아침’을 꼽았다.
그는 “당시 워크아웃 이미지 때문에 웬만한 수주전에는 참가도 못하던 시절이었고 직원들 사기도 바닥이었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직접 대면설명회를 갖고 교포들에게 150채를 파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4대문안 주상복합 성공사례’를 일궈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1977년 창립된 쌍용건설은 세계 최고층(73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싱가포르의 ‘래플즈시티’를 짓는 등 해외 시공실적 1위와 국내 도급순위 6위권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공사 미수금(3700억원)과 쌍용자동차 채무(1600억원) 등을 떠안으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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