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연체 내수업종 확산에 비상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7시 55분


“음식점 숙박업에 이어 이젠 찜질방도 요주의 업종 리스트에 올랐다. 요금 4000원을 50% 할인해 줘도 손님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이자를 못 내는 찜질방이 속출하고 있다.”(A은행 중소기업 여신팀)

시중은행에 대출금 연체관리 비상령이 내려졌다. 경기침체에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여파로 대출금 연체가 음식업 숙박업 유흥업 찜질방 의류업 부동산임대업 등 내수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 업종 전방위로 확산=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한 찜질방 안에 있는 매점과 이발소, 식당업주들이 지난달 A은행 본점 중소기업 여신팀을 찾았다.

이들은 부도 위기에 처한 찜질방을 새 인수자가 매입할 경우 기존 대출금을 승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먹고 마시고 입는’ 내수업종 대부분이 장사가 안 돼 은행들이 연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체율을 낮춰라=시중은행들은 6월부터 음식업 숙박업 목욕업(찜질방 사우나) 등을 여신 특별관리업종으로 지정해 가급적 신규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A은행의 경우 경기가 좋을 때는 지점장에게 30억∼40억원 대출에 대한 전결권을 주었지만 지금은 모든 대출에 대해 본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C은행의 대출 심사역은 “음식 숙박업소의 경우 대부분 축소 신고한 매출장부여서 세무서에 신고한 매출 자료가 연체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한 시중은행장은 최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경기침체와 성매매특별법 시행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 전체의 연체율이 상당기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18일 간부회의에서 “숙박 음식업소에 빌려준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며 “모텔과 음식점의 대출 현황을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연체자에게 채무 재조정을 통해 이자를 깎아 주고 상환일자도 늦춰 주지만 내수가 워낙 침체돼 이런 노력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