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DVD 표준’ 전쟁… 차세대 제품 시장주도권 싸움

  • 입력 2004년 10월 20일 17시 45분


일본 전자업계가 차세대 DVD의 표준을 둘러싸고 두 진영으로 갈라져 사활을 건 ‘규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70년대 베타 방식과 VHS 방식이 맞붙었던 ‘VTR 표준전쟁’이 30여년 만에 재현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차세대 DVD는 화면 크기는 현재와 비슷하지만 화질이 6배 이상 선명한 고화질 영상을 장시간 녹화할 수 있는 제품.

일본 전자업계의 양 축인 소니와 마쓰시타가 ‘블루레이 디스크(BD) 방식’으로 시제품을 내놓자 컴퓨터 분야에 강한 도시바와 NEC가 ‘HD 방식’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델, HP 등이 가세한 소니 진영이 한발 앞서가는 양상. 소니는 히타치, 샤프, 미쓰비시, 파이오니아 등을 합류시켜 수적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BD 진영의 업체들은 TV나 평판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어 영화감상과 비디오게임 등이 TV를 매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수적으로 열세인 도시바와 NEC 등 ‘HD’ 진영은 산요전기의 가세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차세대 윈도 운영체제를 ‘HD-DVD’에 적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자 크게 고무되고 있다.

BD 방식은 기억용량이 큰 대신 가격이 비싼 게 흠. 반면 HD-DVD는 현재의 DVD와 비슷한 구조로 기존 제조설비를 이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정보용량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소니는 지난해 ‘블루레이’ DVD 플레이어를 내놓았지만 값이 대당 30만엔(약 300만원)으로 비싼 데다 콘텐츠가 빈약해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세기폭스사의 콘텐츠 공급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시바는 최근 이에 맞서 새로운 표준을 사용한 차세대 DVD를 내년부터 시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DVD의 보급 초기에는 소프트웨어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를 우군으로 삼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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