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 월급통장에서 B은행 장기주택마련저축 계좌로 분기마다 300만원을 옮겨야 하는데 이번에도 퇴근 무렵 계좌이체를 이용해 1500원의 수수료를 물었기 때문. 은행 일과시간에 했다면 수수료는 600원.
“은행 전산망은 계속 돌아가는데 은행 문 닫기 전과 후의 수수료는 왜 달라요?”(이씨)
“밤엔 다른 거래 수단이 없고 경비업체 용역비도 듭니다.”(A은행 직원)
▽고조되는 신경전=윤증현(尹增鉉)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수수료가 고객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책정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 사례를 들며 “전혀 이해할 수 없으니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금감원에 지시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에 수수료 원가분석 자료를 요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일 “5, 6월 일부 은행에서 1차로 자료를 받았는데 원가 산정 기준과 방법이 제각각이고 객관적 근거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 실시하려던 수수료 현실화(인상)를 미루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권과 감독 당국, 소비자단체가 공동 원가분석을 통해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나=은행 수수료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이렇다할 근거 없이 자주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9월 소비자물가지수(2000년 연평균 물가=100)를 품목별로 조사한 결과 금융수수료(타행 송금수수료)는 204.2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516개 품목 가운데 시금치(240.9)와 무(212.4)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8월 은행서비스물가지수는 2000년 기준으로 35.1% 올랐다. 반면 증권서비스물가지수는 66.7% 하락했고 보험서비스물가지수는 5% 상승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부문이 전체적으로는 적자”라며 “그동안 수수료 부문 적자를 메워왔던 예대마진 부문의 수익성이 최근 나빠져 수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동입출금기(ATM)나 온라인거래 같은 저비용 분야에 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 “수수료 수익원이 다양해지면 수수료율 인상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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