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2000억달러의 저력 살리자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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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이르면 오늘 2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연말까지는 2450억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64년에 1억달러, 1971년에 10억달러, 1977년에 100억달러, 1995년에 1000억달러…. 숨 가쁘게 달려온 ‘수출 한국’이다. 자원도, 자본도, 시장도, 기술도 없던 나라가 불과 40년 만에 수출산업을 2000배 이상 키운 사례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다. 이런 성공이 ‘희망 없던 코리아’를 세계적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됐다. 이 같은 수출 입국(立國)을 이끌고 밀어준 모든 이들이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수출을 제외한 경제의 다른 부문이 전반적으로 극심한 위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민생의 절박함이 도(度)를 더해 가는 현실은 우울하다. 내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소비는 작년 2·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줄어들어 재래시장 상인, 택시 운전사, 식당 주인, 일용직 근로자 등 서민층의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일자리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수출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게 하려면 세계 일류상품의 수를 지금보다 몇 배 늘리고 수출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부품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후발개도국들은 급속하게 우리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출 한국’의 저력을 경제 전반에서 되살려야 한다. 경제를 하겠다는 국민의 의지와 자신감, 높은 교육열을 ‘국경 없는’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창의성과 접목시켜야 한다. 혼란과 갈등으로 치닫는 국론을 경제 살리기에 모으고 우수 인재를 하향평등주의의 덫에서 풀어 줘야 한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관치경제 등 부정적인 유산은 뿌리를 철저히 잘라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여당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산업 등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기업인들이 때로는 무모하다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과감한 투자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 산업은 싹조차 틔우지 못했을 것이다. 획일적인 지배구조와 간섭으로 ‘기업가 정신’을 옭아맨다면 수출도 내수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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