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데 이어 방카쉬랑스(은행연계보험), 펀드 판매 등 소매금융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11월에는 뮤추얼펀드와 부동산투자신탁펀드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민간은행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백화점식 상품을 갖춘 것.
금융권에서는 장기 저리의 산업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주 업무인 국책은행이 수익성 위주의 소매금융 업무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식 영업 확장=산업은행은 최근 신동아화재와 방카쉬랑스 업무를 제휴해 11월부터 신동아화재의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이로써 산은과 판매대행 계약을 한 보험사는 삼성 현대 LG 등 10개사로 늘었다.
이에 앞서 산은은 9월부터 삼성투신 미래에셋 등 7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를 팔고 있다.
내달 중에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펀드와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펀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프라이빗 뱅킹(PB) 인력을 보강해 현재 18개 지점에서 운용하고 있는 ‘VIP클럽’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 및 투신시장에 대한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1999년 대우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떠안았던 대우증권을 매각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자회사로 편입했다. 1999년 증권 자회사인 한국산업증권의 파산 이후 5년 만에 다시 증권시장에 진출한 셈.
또 대우증권 계열사인 옛 서울투신운용에 300억원을 출자한 뒤 KDB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고 5월 자회사로 편입했다.
▽엇갈린 시각=산은의 경영행태에 대한 금융권의 시각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최근 산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산은의 덩치 키우기식 경영행태’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금융팀장은 “신용도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는 국책은행이 민간은행과 똑같은 조건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사실상 정부 보증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갖고 소매금융에 뛰어들면 민간 금융회사가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해 산업자금을 제공하는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사 형태의 금융그룹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니다”며 “폭넓은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련 회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경우 헐값 매각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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