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프로… 남자들 비켜”… 국내 외국계기업의 우먼 파워

  • 입력 2004년 10월 24일 18시 22분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강유경 계측기사업부장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강유경 계측기사업부장
《통신 전자 생명과학 분야 첨단기술 기업인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의 강유경 계측기사업부장(37)은 ‘200만달러의 여자’로 불린다. 최근 200만 달러(약 23억원) 규모의 거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거래처 사장실까지 쫓아가 협상을 원상복구시켰기 때문이다. 강 부장이 거래처 사장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필드 엔지니어로서 쌓아 온 탄탄한 전문지식 때문. 매일 아침 고객들에게 업계 동향분석 리포트와 시(詩) 한편을 e메일로 보내 온 여성 특유의 섬세함도 한몫 했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진출분야도 마케팅, 엔지니어링, 영업, 재무, 준법감시 등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폭넓어진 우먼파워=여성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마케팅. 유니레버코리아의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김재경 상무(38)는 도브 크림샴푸를 개발해 전 세계에 역수출한 신화로 유명하다.

BAT코리아 한승희 이사(35)는 지난해 34세의 나이에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고 있는 던힐을 비롯해 보그, 휘네스 등의 브랜드 마케팅 총괄책임자에 올랐다.


콜센터 솔루션 기업인 제네시스 텔레커뮤니케이션스의 이성하 이사는 올해 30세에 불과하지만 한국 호주 싱가포르 중국지역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실력자다.

기업형 솔루션 전문업체인 SSA글로벌코리아 이윤정 부장(35)은 매달 한국과 일본에서 절반씩 머무르며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을 장악하고 있고 ‘테팔’로 유명한 그룹 세븐코리아의 팽경인 마케팅총괄 이사(42)도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 P&G의 간판 ‘영업통’으로 자리매김한 황진선 영업기획 이사(38)는 1990년 입사 이후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13년간 영업 외길을 달려왔다. 한국오라클 지미경 본부장(45)은 사내에 ‘직급 없는 문화’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아그파코리아 박계원 재정경제부장(36), 헨켈코리아 최정수 재무팀장(40)은 외국계 기업에서 대표적인 ‘여성 재무통’으로 꼽힌다. 이 밖에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이동금 상무(50)는 각종 금융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은행권 준법감시인 가운데 여성 선두주자다.

▽프로의식의 승리=두 아이의 어머니인 황진선 한국 P&G 이사는 “차별 없는 회사 제도와 가족의 도움, 꾸준한 자기계발이 여성들의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황 이사가 2000년부터 사내에 ‘영업부 우먼즈 네트워크’를 결성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을 나누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도 누구보다 ‘샐러리 우먼’의 사정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강유경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부장은 주말과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골프, 영어 등 기술영업에 도움이 되는 ‘무기’를 획득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승희 BAT 이사는 남성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헬스 등 체력보강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한 이사는 “여자니까 봐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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