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땅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뉴딜정책’과 수도 이전 위헌 결정 때문에 땅값이 출렁거릴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좋은 조건에 토지를 매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올해 상장 또는 등록기업이 사들인 부동산은 25일 현재 49건, 5836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금액으로 보면 작년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43건, 2639억원)의 2.2배에 이른다.
올해 부동산 처분금액은 1조5904억원(84건)으로 작년 동기의 1조9350억원(118건)에 비해 17.8%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 이전 무산으로 일부 충청권 기업이 보유 토지를 서둘러 매각하는 만큼 올해 부동산 처분금액은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딜정책, 땅 매입 부추겨=태영과 한림건설은 최근 한일합섬이 갖고 있던 경남 마산시 양덕동 일대 땅 8만7557평을 공동으로 샀다. 태영이 토지 대금의 60%를 부담하고 한림건설이 나머지 40%를 내기로 했다.
태영 박종철 기획팀장은 “시공만 하고 매입한 토지를 시행사에 재매각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엔씨엔터프라이즈는 11월 말 울산 남구 달동에 있는 상가건물을 363억원에 인수해 부동산 임대사업을 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은 부동산 구입 때 가격과 함께 대기업과의 거리에 신경을 쓴다.
엘앤에프는 대구 도심 땅에 관심이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 경북 칠곡군의 공장용지 2359평을 샀다.
피혁업체인 피엠케이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전자 LCD단지를 염두에 두고 공장 터를 선정했다.
피엠케이 남천우 기획팀장은 “신사업인 LCD 보호용 필름공장을 지으려면 삼성전자 공장에서 가까운 곳에 땅을 사두는 게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충청권 기업 “땅 팔아요”=수도 이전 수혜기업으로 꼽히던 충남방적은 21일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나자 서둘러 보유 토지를 팔기로 했다.
토지 인수자인 알디에스와 협의해 잔금 지급일을 당초 2005년 3월 20일에서 올해 11월 30일로 바꿨다.
대체로 토지 인수 예정기업이 부도를 내면 계약을 해지한다. 그러나 충남방적은 최근 부도를 낸 알디에스와의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충남방적 윤관 과장은 “수도 이전이 무산돼 재입찰하면 매각 조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알디에스와의 계약을 유지하면서 매각일만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바이오넷은 최근 대전 유성구 전민동 일대 땅 1만9497평을 165억원에 대전기독학원으로 넘겼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경기 관련 정책의 실체가 불투명해 땅값 변동 폭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