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공략 ‘업그레이드’… 기업들 새 수출 전략 짜기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06분


《‘해외시장 공략 전략을 다시 짜라.’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연간 수출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지표상으로는 실적이 좋지만 갈수록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선진국 경기 둔화 등으로 내년 수출 전망은 더 밝지 않아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새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생산 늘리고, 브랜드 가치 높이고=현대자동차는 최근 브라질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보고 현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릭스(BRICs) 국가 가운데 러시아와 인도, 중국에서는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만큼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브라질 시장 개척이 관건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최근 외부 기관에 시장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임직원들을 브라질로 파견해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장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현지조립형 반제품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지조립형 공장을 브라질은 물론 남미 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선진국에는 중국 등 신흥공업국이 따라잡지 못하는 프리미엄 제품에, 개발도상국에는 인지도 상승을 겨냥한 브랜드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수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전화의 경우 서유럽 등지에는 고가(高價)형으로 시장 점유율을 굳히는 반면 구매력이 약한 러시아 등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중국 등의 저가(低價) 모델에 대응한다는 것.

이 밖에 한국타이어는 시장 확대를 위해 연말이나 내년 초 동유럽에 새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CJ는 2010년까지 중국에 사료공장 40개를 더 짓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CJ는 특히 중국 시장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대규모 공장보다는 250만∼300만달러씩 투입되는 소규모 생산기지를 짓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컨설팅사, 수출확대 용역 활발=기업들이 수출 대응책 마련에 나서면서 경영 컨설팅 회사들의 업무도 바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력 및 사업구조조정 전략을 수립해 주는 게 주요 업무였지만 최근에는 수출 전략 컨설팅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이병남(李秉南) 부사장은 “2002년 말까지만 해도 수출 관련 컨설팅 용역은 전체 매출의 5%에 그쳤지만 올해는 30%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컨설팅 내용도 △생산설비 확대 △유통망 재구축 △브랜드 전략 △현지기업과의 제휴 및 인수합병(M&A) 등 지역과 업종에 따라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모니터컴퍼니의 송기홍(宋基弘) 부사장은 “과거 한국 기업들은 할인 매장에 덤핑 가격으로 물건을 쏟아붓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이제는 한 단계 수준이 높아지고 더 치밀해진 해외시장 공략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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