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권분쟁]SK㈜ 우호지분 21% vs 외국인지분 61%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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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경영권 분쟁이 7개월 만에 다시 시작됐다.

SK㈜측은 그동안 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고 올해 경영실적도 좋아 소버린이 당분간 분란을 일으킬 명분이 없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소버린은 이런 예상을 깨고 갑자기 ‘임시주주총회 소집’이라는 초강수를 빼들고 나왔다.

이번 경영권 분쟁 제2라운드도 올해 3월 정기주총과 마찬가지로 어느 쪽이 이길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경제계에서는 현재 지분구조만 보면 소버린이 유리하고 그동안 SK측의 노력을 감안한다면 SK가 유리할 것이라는 엇갈린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소버린-SK그룹의 대립=소버린은 그동안 “SK㈜의 확실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이번 임시주총 소집 요구도 사실상 최 회장 퇴진에 초점을 맞췄다.

만약 표 대결에서 소버린이 승리해 최 회장이 퇴진한다고 해도 이를 SK그룹의 해체로 바로 연결시키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국내 4대 그룹 중 한 곳이 외국인 주주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그룹은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허를 찔린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외국인 주주나 소액주주가 SK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순이익이 15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1∼6월) 순이익이 7018억원으로 급증한 실적을 강조한다. 또 사외이사 비중도 70%로 확대했고 우선주 소각(41억원) 등 경영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노력을 성실하게 추진해 왔다는 점도 역설한다.

SK㈜는 이런 상황에서 소버린이 최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누구 손을 들까=가장 중요한 지분을 놓고 볼 때 일단 SK그룹이 불리하다.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말 43%에서 61%로 높아졌고 특히 미국의 웰링턴투자자문과 캐피털그룹이 새롭게 5% 이상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반면 올해 주총에서 SK그룹의 백기사로 나섰던 신한 하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주식을 상당부분 팔아 SK그룹의 우호지분은 일본계 거래처를 포함해 21.4%로 낮아졌다.

따라서 소버린을 제외한 46%의 외국인 주주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외국인 주주들이 무조건 소버린 편을 들 것이라는 예측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인수합병(M&A) 부문 대표는 “SK측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자의, 타의로 기소된 경영인이 경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소버린측이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권 보호 장치 논란=경제계는 이번 SK 경영권 분쟁 재연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SK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국가의 기간산업이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에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논란도 나왔다.

정부에서는 한때 차등의결권 제도, 공개 매수기간 중 유무상증자 허용 검토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상장회사에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결론을 내리면서 재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소버린의 ‘SK㈜ 공격’을 계기로 외국인투자자의 경영진 교체 요구 등이 가시화되면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보호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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