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들이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2002년부터 민영화된 KT의 첫 지휘를 맡아온 이용경 사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KT는 공기업 시절에 체화된 조직 관료주의를 깨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이 갖고 있는 ‘합리성’과 ‘추진력’은 현재 KT가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딱 들어맞는 리더십 키워드다.
불확실성이 높은 통신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태도로 모든 가능성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조직 관료주의를 깨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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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975년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여 년간 학계와 연구소에서 일해 온 그가 2년 전 이 임무를 맡았을 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5000여명이라는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큰 잡음 없이 해냈고 관료주의를 깨는 대규모 발탁인사나 외부전문가 수혈, 고객과 주주를 생각하는 마음 불어넣기, KT의 미래 비전으로 ‘유비쿼터스’를 선정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도약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이 사장이 잘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KT의 변화를 이끄는 의지는 이 사장의 ‘비행기론’에 잘 응축돼 있다.
“KT는 더 이상 레일을 달리는 기차가 아니다. 비행기처럼 공중으로 비상하는 KT가 되겠다.”
덩치는 크지만 유선사업 등 기존 사업만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향해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오랜 연구원 생활을 해온 이 사장이 추진력을 갖춘 것은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어린 시절부터 공격적이고 도전을 즐기며 변화를 좋아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의 리더십은 아직 완전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다. 기업은 결국 숫자로 말해야 하는데 아직 KT의 변화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이 이런 어려운 목표를 이룬다면 그는 단기간에 공룡기업을 변화시킨 비범한 최고경영자(CEO)로 한국의 기업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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