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더십]KT 이용경 사장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6시 28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리적으로 해답을 모색한다. 그러나 일단 결정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추진한다.’

KT 직원들이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2002년부터 민영화된 KT의 첫 지휘를 맡아온 이용경 사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KT는 공기업 시절에 체화된 조직 관료주의를 깨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이 갖고 있는 ‘합리성’과 ‘추진력’은 현재 KT가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딱 들어맞는 리더십 키워드다.

불확실성이 높은 통신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태도로 모든 가능성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조직 관료주의를 깨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1975년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여 년간 학계와 연구소에서 일해 온 그가 2년 전 이 임무를 맡았을 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5000여명이라는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큰 잡음 없이 해냈고 관료주의를 깨는 대규모 발탁인사나 외부전문가 수혈, 고객과 주주를 생각하는 마음 불어넣기, KT의 미래 비전으로 ‘유비쿼터스’를 선정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도약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이 사장이 잘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KT의 변화를 이끄는 의지는 이 사장의 ‘비행기론’에 잘 응축돼 있다.

“KT는 더 이상 레일을 달리는 기차가 아니다. 비행기처럼 공중으로 비상하는 KT가 되겠다.”

덩치는 크지만 유선사업 등 기존 사업만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향해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오랜 연구원 생활을 해온 이 사장이 추진력을 갖춘 것은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어린 시절부터 공격적이고 도전을 즐기며 변화를 좋아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의 리더십은 아직 완전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다. 기업은 결국 숫자로 말해야 하는데 아직 KT의 변화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이 이런 어려운 목표를 이룬다면 그는 단기간에 공룡기업을 변화시킨 비범한 최고경영자(CEO)로 한국의 기업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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