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소버린 경영권분쟁 다시 점화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6시 49분


코멘트
소버린자산운용의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로 SK㈜의 경영권 분쟁이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다시 점화됐다.

SK㈜의 2대 주주로서 25일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소버린은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SK㈜가 아시아의 대표 정유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K그룹은 "소버린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로 고(高)배당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소버린과 SK㈜ 경영진의 대결은 한국 대기업의 '태생적 약점'과 이를 파고드는 외국인 투자자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싸움에 나선 소버린과 달리 SK그룹 대주주로서는 그룹 해체를 막기 위한 벼랑 끝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소버린, 주주가치를 높여라=소버린은 "SK㈜의 현 경영진은 주주가치 극대화 등 핵심이슈에는 관심이 없고 경영진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홍보활동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가 SK네트웍스를 살리기 위해 8500억원을 출자하거나 SK텔레콤 주식(21.5%)을 3조원 어치나 갖고 있는 것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아시아 정유시장 진출 등에 투자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소버린은 과거 5년간 SK(주)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이 3%로 다른 아시아 정유사들의 두 자리수 ROE에 비해 낮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SK네트웍스 지원과 SK텔레콤 주식 보유를 원하는 최 회장이 물러나야 이 같은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버린이 고(高)배당과 시세차익에 관심을 두는 투자펀드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SK, 그룹 체제를 지켜라=소버린이 표대결에서 승리해 최 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면 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기 어렵다.

ROE를 높이기 위해서는 SK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 이를 정유사업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SK그룹 체제의 해체를 뜻한다.

SK그룹은 최근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로 가되 그룹 체제는 유지한다는 대원칙을 정했기 때문에 소버린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SK㈜는 "3월 주총 승리로 최 회장은 신임을 받은 상태"라며 "SK㈜는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이 처한 상황은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한국의 대표기업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대형 외국계 펀드가 손을 잡으면 경영진 교체가 가능한 수준까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져있는 상황이다.

서강대 박영석 교수는 "상호출자로 엮어진 한국의 재벌 시스템은 소수의 오너가 그룹 전체의 자산을 통제하고 있어 오너만 물러나게 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공할 수 있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