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상’… 환율 4년만에 1130원대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8시 01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4년 만에 1130원대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등 달러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까지 이어질 경우 내수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떨어진 1133.5원에 마감됐다. 나흘째 하락세가 이어진 것.

전문가들은 미 재정적자 및 무역수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당분간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의 환율 방어비용이 급증한 데다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환율 방어가 집중 부각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의지가 상당히 꺾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 통신사인 다우존스는 26일 몇 개월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달러화가 최근 아시아 통화들에 대해 급락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원화 강세 외에도 유가급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부진 등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는 올해 1·4분기(1∼3월)를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어 내년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10%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도 올해 3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편 KDI는 이날 발표한 ‘월간 경제동향’을 통해 침체된 내수가 가시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 급증세가 둔화됨에 따라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올해 3·4분기(7∼9월)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그동안 경기 상승을 견인했던 수출 급증세가 둔화되면서 제조업 경기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설비투자는 최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건설투자는 둔화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폭넓게 확산되는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는 단기적, 순환적 요인보다는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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