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하면 이젠 중공업-건설”…대우종기 인수등 화려한 변신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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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무게중심을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바꾼다.’ 올해 창업 108년을 맞은 두산그룹이 대우종합기계 매각을 위한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화려한 변신’을 꿈꾸고 있다. 과거 OB맥주와 소주로 대표되는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과 건설 등 산업재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

소비재 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해 외부 충격에 따라 경영실적이 출렁거리는 것이 약점이다. 반면 중공업은 성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사업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두산그룹은 고려산업개발과 대우종기 인수에 이어 소주시장의 ‘간판기업’인 ㈜진로 인수도 노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산그룹의 사업확장 구도는 사실상 마무리돼 산업재와 소비재의 균형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두산은 우량기업을 조금 비싸게 사서 회사를 키우는 미국식 인수합병(M&A) 성장 모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구조조정 후 알짜기업 인수=두산그룹은 1952년 OB맥주를 설립하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기업형태를 갖췄다. 두산은 60년대 들어서 두산건설 기계 음료 전자 등을 차례로 설립하며 사세(社勢)를 확장했으나 그룹의 중심은 OB맥주 등 주류사업이었다.

하지만 1995년 창립 100주년을 맞아 계열사 확장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현금창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3M 코닥 네슬레 등과 함께 주력계열사인 OB맥주를 팔아 23개 계열사를 ㈜두산 두산건설 두산포장 오리콤 등 4개로 줄였다. 이때 마련한 현금으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했고 2003년에는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해 두산건설과 합병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두산중공업의 대우종기 인수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에 성공했다.

▽종착역은 진로 인수=대우종기를 인수하면 두산그룹의 전체 매출규모는 6조6000억원(2003년 기준)에서 8조9000억원대로 늘어나고 자산규모는 12조원대가 된다. KT와 포스코를 제외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치고 재계 10위에서 9위로 올라가는 것.

대우종기를 인수하면 중공업과 건설 등 산업재의 매출비중은 78.8%에서 84.3%로 높아지는 반면 소주와 양주 등 소비재 사업 비중은 15.5%에서 11.5%로 낮아진다.

두산그룹은 이제 사업구조 변신과 확장전략의 마지막 승부수로 진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진로는 ‘참이슬’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법정관리 이후에도 꾸준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로 M&A 시장에서는 대우종기와 함께 최고 매물로 꼽히고 있다.

이것마저 성공하면 2008년까지 연매출 21조원을 달성할 수 있어 두산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진로 인수를 둘러싸고는 진로발렌타인스의 모기업인 영국의 얼라이드 도멕과 롯데 등 10여개 회사도 관심을 갖고 있어 아직 결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물론 두산이 다른 외국기업과 손을 잡고 진로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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