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돈도 가짜?… 위폐 5년만에 10배나 늘어

서울 서초구 서초동 B주유소 직원 김모씨(29)는 기름값으로 받은 1만원짜리 지폐 5장을 들고 카운터로 가다가 순간적으로 촉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끈한 복사용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손님의 눈을 피해 1만원권을 하늘을 향해 들어보았다. 숨은 그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폐 하단에 있는 일련번호도 5장 모두 똑같았다. 위조지폐(위폐)라고 생각한 김씨는 위폐범의 차량번호를 경찰에 제보해 범인 검거에 일조했다.

한국은행은 김씨의 위조지폐 신고정신을 높이 사 29일 표창장과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위폐 급증 비상=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가 급증하면서 한은에도 ‘위폐 비상령’이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1998년 365장에 그쳤던 위조지폐는 지난해 3896장으로 급증했다. 5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난 것. 올해 들어서도 6월 말까지 시중에서 유통되던 2038장의 위조지폐를 회수했다.

한은 정민교 발권기획팀장은 “컴퓨터 및 스캐너, 프린터 등 관련 장비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위조지폐 유통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중학생이 위폐를 만들어 유통시키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27일 국가정보원, 경찰청, 한국조폐공사 등의 위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폐방지 실무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폐 식별 요령=위조지폐임을 알면서도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따라서 발견하는 즉시 경찰서나 가까운 금융회사에 신고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취득한 경우에도 위조지폐에 대해서는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에 평소 돈을 주고받을 때 위조지폐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한은측은 조언했다.

위조지폐의 93%는 금융회사나 한은의 자체 정산과정에서 발견된다.

위조지폐 식별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모든 지폐 앞면의 왼쪽 빈 공간에 숨겨져 있는 초상화를 확인한다. 위조지폐에는 이런 숨은 그림이 없거나 손으로 그려 모양이 조잡하다.

1만원권과 5000원권 앞면 중앙에는 은빛의 부분노출 은선(隱線)이 있지만 위조지폐에는 이 부분이 검은색으로 보일 수 있다.

1만원권의 경우 앞면 왼쪽 하단에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동그라미 모양 3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해야 하지만 위조지폐에는 이런 색상 변화가 없다.

촉감으로도 위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폐 앞면의 문자나 금액 등은 모두 볼록하게 인쇄돼 있어 만져보면 촉감으로 느낄 수 있다. 위폐는 이런 볼록한 부분이 없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