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첨병’으로 꼽히던 종합상사들이 일반 제조업체들에 무역회사의 지위를 넘겨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연간 수출액이 1000억달러와 2000억달러를 돌파한 1995년과 올해(1∼9월)의 무역 트렌드를 비교 분석해 28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출액에서 종합상사의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47.7%였지만 올해는 8%에 불과했다.
이는 종합상사가 계열회사의 수출 대행 물량을 줄이고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을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 제조업체들이 자체 무역 기능을 크게 강화한 게 주요 원인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기업 경영이 투명화하면서 계열사간 지원이 줄어든 것도 종합상사가 위축된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상위 5대 무역회사도 95년에는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아남반도체였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필립스LCD로 바뀌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종합상사의 풍부한 수출망을 이용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전에도 국제적인 자체 판매 네트워크를 갖춘 상태에서 단지 수출 과정에서 상사가 끼어 있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 자료에서는 수출 방식도 많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컴퓨터 등 소형 제품의 수출이 늘면서 95년 26.5%였던 항공운송 비중이 올해는 33.5%로 높아졌다. 반면 해상운송 의존도는 73.1%에서 66.4%로 줄었다.
대금결제 방법도 신용장은 43.1%에서 21.5%로 줄어든 대신 직접 송금 비율은 29.3%에서 52.8%로 늘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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