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차지완/여론 외면한 종합부동산세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04분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방안’ 발표를 앞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조세전문가들은 ‘역(逆)효과’를 걱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종합부동산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조세전문가는 “일방적인 졸속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까지 말하더군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과세 형평성을 올리며 △지자체간 재정 불균형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요.

도입 목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부동산 보유세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이 다분히 깔려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조세전문가는 “외국과의 단순 비교는 정책 기만”이라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설명을 들어볼까요.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는 매우 높죠. 여기에 양도소득세 등 국세까지 포함한 재산 관련 세금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최고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거래세 인하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보유세제 개편방안은 결국 조세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거래세 인하 방침을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되풀이해 왔습니다.

더 큰 이유는 조세원칙의 근간을 바꾸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밀실(密室)’에서만 논의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난 한 경제부처 공무원조차 “이런 사안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국민에게 알리고 여론을 수용해 가며 정책을 만들어야 반발을 줄일 수 있는데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을 정도입니다.

차지완 경제부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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