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 이젠 달라져야 한다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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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칼텍스정유 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찬성 31, 반대 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나온 결정이다. 탈퇴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민노총의 강경노선에 회의적인 노조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LG정유 노조는 6000만원이 넘는 평균연봉과 중소기업은 상상할 수 없는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정유업계 초유의 불법파업을 강행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일부 노조원들은 자사(自社) 회장을 참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인륜 파괴라는 지탄을 받았다. 이런 LG정유 노조 내부에서 늦게나마 자성(自省)의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강한 조직력과 상징성을 가진 대기업 노조가 민노총과 결별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 아니다. 한 달 전에는 1990년 ‘골리앗 투쟁’ 등 강성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노총의 노선에 반기(反旗)를 들었다가 제명(除名)을 감수했다. 두 노조는 민노총이 여론을 무시한 채 구시대적인 투쟁을 고집하는 한 노조원들의 내부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제는 민노총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 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투자와 소비 부진에 시달려 온 국내 경기는 잠시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추락하는 ‘더블딥’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던 수출마저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다간 기업이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어지고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노사가 공멸하는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면 민노총도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노선으로의 일대 전환을 선언함으로써 국내외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노사가 함께 사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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