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들 노후자금 대책없이 낙관… 1000명 돈관리실태 조사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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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한국 여성들은 노후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젊어서 번 돈의 대부분을 자녀교육비로 쓰고 자신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일에는 덜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가정의 경제 활동에서 과거보다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위험이 따르는 투자 결정을 기피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여성개발원은 1일 ‘여성의 재무관리능력 제고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 여성들의 돈 관리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7가지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개발원은 지난해 10월 자산운용협회와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의뢰를 받아 서울 거주 24∼65세 여성 1000명을 상대로 1년 동안 심층 면접 조사했다.》

▽젊어서는 자녀에 ‘다걸기’, 노후 준비는 40대 이후=노후에 자녀의 경제적 도움 없이 남편과 자신의 힘으로 살겠다는 응답자가 86.9%를 차지했다. 특히 남편의 경제적 부양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응답자는 82.6%나 됐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노후자금 준비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가계 자금을 주로 자녀교육비(46.8%)와 주택자금(25.2%)으로 쓴다는 대답이 많았고 노후 준비는 19.5%로 그 다음이었다.

첫 자녀가 초등학생이거나 막내 자녀가 중고교에 다니고 있는 주부는 가계 자금의 4.1%와 5.4%만을 노후 준비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는 40대에 시작한다는 응답이 40.4%로 가장 많았다.

연구 책임자인 한국여성개발원 김종숙 연구위원은 “특히 취업 경험이 없는 여성일수록 노후에 대한 ‘대책 없는 낙관론’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재테크 정보는 친구에게서, 투자 결정은 남편과=가정의 금융자산을 운용할 권한을 갖고 있는 응답자는 45.4%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생활비와 공과금, 저축, 보험에 대한 운용 및 관리 권한이 컸고 위험이 수반되는 투자에 대한 권한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위험이 따르는 자산에 대한 투자 결정권을 가진 응답자는 13.5%였다. 위험이 따르는 돈 관리는 남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돈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대상은 친구나 친지, 동료 등 지인이 58.6%였고 이어 인터넷(16.0%), 언론 광고(12.8%), 금융회사(11.0%) 등의 순이었다.

삼성투신운용 정성환 차장은 “아는 사람의 추천 없이는 새 금융서비스를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42.5%나 됐다”고 말했다.

▽생애 재무 설계 및 투자자 교육 시급하다=‘생애 재무 설계’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는 나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20% 안팎으로 낮았다. 생애 재무 설계란 삶의 단계별로 평생 필요한 돈의 규모와 조달 방법 등을 계획하는 돈 관리의 첫 과정이다.

뜻밖의 소득이 생기면 저축하겠다는 사람은 33.7%, 투자하겠다는 여성은 19.7%였다.

이자가 확정되는 금융상품이 좋다는 응답자는 71.7%였다. 반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응답자는 24.4%에 그쳤다.

자산운용협회 김일선 이사는 “여성의 재무관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투자자 교육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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