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노이시 중심에서 차로 달리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끊임없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행렬을 조심스레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간신히 공장에 도착하자 안장옥(安章玉·56·사진) 법인장은 “국내에서의 오랜 경험을 참고해 일부러 하노이시에서 조성한 공단에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웃었다.
“베트남도 시간이 지날수록 노사문제 등 이른바 ‘선진국 병’이 확산될 것이다. 이런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공단 밀집 지역에서 떨어진 곳에 공장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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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창립한 태평양물산은 한때 안산 1, 2공장, 천안공장, 이천공장을 가진 국내 의류 제조업계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국내 임금 수준이 가파르게 오르고 노사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발길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태평양물산은 1990년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의류공장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등으로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안 본부장은 “러시아는 휴일수가 너무 많고 세금 등 규제도 많아 생산 설비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군부정권이 장악한 미얀마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바이어의 오더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및 소비자단체를 의식한 국제 빅(Big) 바이어의 ‘결벽증’도 힘든 장애물이다. 리복 등 국제 바이어들은 매년 수차례 공장에 직접 나와 안전관리, 실내온도, 조명 등 200여 가지 항목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안 법인장은 “우리는 해외로 떠났지만 국내 고용효과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며 “한국 정부에서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만큼은 관심을 가져 국내에 붙잡아두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하노이=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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