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드링크의 지존(至尊)’으로 통한다. 동아제약은 1963년 박카스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드링크 시장에서 1등을 뺏겨 본 적이 없다. ‘원비 디’ ‘영진구론산바몬드’ ‘영비천’ 등 수많은 제품이 박카스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박카스의 아성에 최근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광동제약이 내놓은 비타500이 주인공.
비타500이 처음 나온 2001년의 매출은 53억원. 이후 96억원, 280억원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100% 안팎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900억원대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반면 박카스 매출은 2002년 2158억원을 피크로 지난해 183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18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해답은 ‘참살이(웰빙) 바람’에 있다.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두 제품 모두 ‘피로회복’ 드링크이지만 비타500은 참살이 시대에 맞게 ‘무(無)카페인’과 ‘비타민C’라는 키워드를 찾아내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9회 말 역전 홈런’=비타500의 성공은 ‘젊은층 공략’과 ‘유통 다각화’에 있다. 2000년에 비타민C 원료가 뜨면서 광동제약에서는 ‘마시는 비타민C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운지천’ 등 드링크류를 내놨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박카스가 장악한 약국 유통에 도전할 경우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고 유통경로를 다양화하자는 안도 추가됐다.
이는 1999년 1차 부도 뒤 신제품 개발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광동제약에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겨 줬다. 일반 소매시장에 유통되기 위해서는 카페인을 빼야 했는데 참살이 바람에도 들어맞아 유행을 만들어내게 된 것. ▽박카스의 고민과 각오=박카스는 비타500 돌풍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원비디도 한때 우리 매출에 맞먹었다”며 ‘지나가는 돌풍’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고 있다.
카페인 함량이 커피 한 잔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들어 있다고 해도 요즘 소비자들은 알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은 카페인을 뺀 박카스를 내기 위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허가를 요청했다. 또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도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이준원 마케팅본부 부장은 “성분과 유통경로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 시장에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비타500이 넘어야 할 산=비타500은 우선 30여개나 난립하는 유사 음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김현식 광동제약 영업본부장은 “최근 식약청에서 발표됐듯 비타민C 성분이 없는 비타민 음료가 난립할 경우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비타500의 약진이 계속될 경우 동아제약이 아닌 다른 음료업체의 견제도 예상된다. 실제로 대형 음료회사에서 유통망에 대한 힘을 앞세워 ‘제품 죽이기’에 본격 나설 경우 살아남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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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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