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펀드요? 시장 상황에 맞게 종목을 선택하는 게 특징입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마이클 리드 사장)
자산운용사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보는 경쟁사 펀드에 대한 평가다.
'토종 펀드'인 인디펜던스펀드와 미국계인 그로스펀드가 180조원 규모의 한국 간접투자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최근 3년 간 인디펜던스펀드의 수익률은 142.2%로 그로스펀드1~6호의 수익률 (92.2~120.5%)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다.
15일 현재 시리즈로 발매된 그로스펀드의 전체 운용 규모는 4627억원이다. 인디펜던스펀드는 2586억원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중인 순수주식형 펀드의 총 규모는 4732억원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禹在龍) 사장은 "시장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인디펜던스식' 투자와 주식의 저평가 여부만 따지는 '그로스식' 투자방식이 시험대에 오른 셈"고 설명했다.
▽토끼와 거북이=인디펜던스펀드는 토끼처럼 빠르다. 2001년 2월 14일 출시 후 시황이 바뀌면 투자 종목도 바꿨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5%를 훌쩍 넘은 것도 이 때문.
어떤 종목에 투자했을까.
인디펜던스펀드는 2002년 1월 2일 삼성증권, 제일모직, 삼양사 주식을 많이 갖고 있었다.
펀드매니저는 불과 1년 뒤 종목을 갈아탔다. 투자 바구니에 포스코, 국민은행, SK텔레콤 등을 담은 것. 세계 철강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을 근거로 사들인 포스코에서 '대박'이 났다. 2003년 초 12만원 안팎이던 주가가 1년 만에 30% 이상 뛴 것.
반면 그로스펀드는 거북이 같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5.9%로 평범한 편. 펀드 설정 후 운용 규모가 갑자기 늘거나 줄어든 적도 없다. 투자 종목에도 큰 변화가 없다. 그로스펀드는 신세계와 농심 주식을 3년째 펀드에 묻어두고 있다.
▽팀이 돈 굴린다=그로스펀드와 인디펜던스펀드는 모두 시스템에 의한 펀드 운용(그로스펀드 '팀 체제', 인디펜던스펀드 '시스템 체제')을 표방한다. 5명 안팎이 팀을 이뤄 전략을 짜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거쳐 투자한다.
모두 팀 체제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그로스펀드의 펀드매니저는 기업의 펀드멘털 분석을 중시하는 애널리스트에 가깝다. 프랭클린템플턴 오성식(吳聖植) 상무는 "펀드매니저들이 매주 기업을 방문해 보고서를 만든다"고 전했다.
반면 인디펜던스펀드는 펀더멘털 분석 이외에 시장 흐름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판단을 중시하는 편이다. 미래에셋 손동식(孫東植) 상무는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계열 증권사의 '모델 포트폴리오'에 의존하지만 미래에셋은 종목 선정이나 편입 비중 조절에서 펀드매니저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최종 승자는 누구?=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인디펜던스펀드와 주가가 오를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그로스펀드의 5년 뒤 수익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펀드마다 '무기'가 하나씩은 있다.
인디펜던스펀드는 절대 펀드를 쪼개지 않는다. 1호, 2호, 3호 등으로 펀드를 나누면 매니저의 힘과 자금력이 분산되기 때문. 손 상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대형 펀드의 이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그로스펀드는 1~6호로 펀드가 나눠져 있지만 99년 1월 편입한 종목들이 수익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金靜兒) 부장은 "어떤 펀드가 5년 뒤 더 높은 수익을 내는지에 따라 한국 간접투자시장의 무게중심이 '토끼형'과 '거북이형' 중 한 곳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