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강지현 팀장은 11월 초부터 매일 오전 고객 150여명에게 환전 때 적용하는 환율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전화로 환율을 묻는 고객이 많아 아예 미리 환율을 알려드려요.”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심우성 팀장은 “요즘이 컨설턴트로서 일하기 가장 힘든 때”라고 말했다.
‘저금리로 땅이 꺼지고 환율 하락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격’인데 돈 굴릴 데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과 예금금리 인하 영향으로 시중자금이 일단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상품에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가 콜금리 인하 전날인 10일부터 16일까지 투신권 펀드의 잔액을 조사한 결과 MMF는 5조797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기 채권형 펀드는 5620억원 늘었지만 주식형 펀드는 1390억원 증가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상대적으로 시중자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환 관련 상품의 종류가 적고 투자자가 주로 부유층에 한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씨티은행 압구정씨티골드지점 이정우 부지점장은 “고객이 보유 달러를 투매하는 움직임은 없다”며 “엊그제부터 ‘환율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강 팀장은 “1, 2개월 전 인기가 높았던 외화 정기예금이나 환율 연동 정기예금에 돈을 더 넣는 고객은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대다수 고객이 재산을 여러 상품에 나눠 투자하는 성향이 강해 외환 관련 상품의 잔액은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PB센터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들은 금이나 원유, 곡물 등 실물자산이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동유럽 증시 등 틈새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권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떠오르는 상품이나 틈새상품 역시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채권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지금 채권형 펀드에 많은 돈을 넣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외환은행 도곡역지점 권성호 PB팀장은 “실물자산의 가격이 최근 상승세지만 ‘헤지펀드의 작전’이라는 말도 나돈다”면서 “어떤 상품에든 ‘다걸기(올인)’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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