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대적인 저가(低價) 수주의 영향이 올해 나타나고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는데 원-달러 환율은 폭락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3·4분기(7∼9월)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조선업계는 비용 절감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3중고의 현실=조선업체는 보통 수주한 뒤 2년이 지나야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올해 매출액으로 잡히는 것은 2002년에 수주한 물량이다. 당시에는 조선경기가 좋지 않아 선박가격이 낮았지만 현대 삼성중공업은 계속해서 선박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02년 평균 선박수주가격은 4590만달러로 올해(7920만달러)와 비교할 때 크게 낮다.
조선업계는 또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재료인 후판의 가격 상승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후판 가격(포스코 공급 기준)은 1·4분기(1∼3월) t당 41만원, 2·4분기(4∼6월) 49만8000원, 3·4분기 53만원으로 급등했다.
다른 요인은 환율. 조선업계는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있어 매출액 자체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흑자와 적자의 경계선은=조선업계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낸 비결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있다. 2002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와 유조선 수주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고(高)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수주에 집중해 3·4분기 매출액 가운데 LNG 비중을 37%로 높였다.
선물환 매입 등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는 환율 헤징도 눈여겨볼 대목.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수주와 동시에 환율 헤징을 하기 때문에 올해 원-달러 환율 하락의 충격이 적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2002년에 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고 올해 들어서야 헤징을 시작해 영업적자폭이 컸다.
삼성증권 박종민 연구원은 “조선업계는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2003년 선박 가격 상승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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